<<< 은행의 대형화와 전문화 >>>

최원형 < 한은 금융제도과 조사역>

1980년대 이후 금융의 자유화 범세계화추세가 급진전되면서 금융기관간의
경쟁이 국내에서는 물론 국경을 초월해 심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 특히 은행들은 악화된 경영여건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강구하기 시작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으로 대형화 전문화 전략을 들수 있다.

먼저 은행의 대형화란 일반적으로 합병.매수(M&A), 증자및 내부유보에 의한
자기자본의 확충등의 방법으로 영업규모를 확대하는 경영전략을 말한다.

은행업은 건물,전산시스템및 인원등을 유지하는데 고정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한편 기존의 시설과 인원을 이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큰 추가적 비용부담
없이 제공할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은행은 대형화를 통해 단위업무의 처리비용을 절감하는 규모의
경제와 업무다각화를 보다 적은 비용으로 추진해 나가는 범위의 경제를
실현코자 하는 것이다.

한편 은행의 전문화란 특정 업무분야에 생산요소를 집중적으로
투자함으로써 그 분야에서 비교우위를 확보코자 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면 국제금융 소매금융에 특화하거나 특정지역에 밀착하여 업무를
영위하는등의 유형을 들수 있다.

이러한 전문화 전략은 소규모 자본과 인력으로 경쟁력을 확보할수 있거나
고도의 노하우가 요구되는 특정 금융서비스업무에 주력함으로써 높은 수익을
얻을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은행의 대형화 전문화가 반드시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대형화 전략의 경우 개별은행의 조직이 과도하게 비대해짐으로써
경영효율이 저하되거나 소수 대형은행이 전체 금융시장을 독과점하게 되는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있다.

전문화 전략 또한 타금융기관이 유사 또는 우월한 상품을 개발하거나
일반의 금융수요행태가 변할 경우 영업기반이 급속히 취약해지는등 높은
경영상 위험을 안게 되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

따라서 은행의 대형화 전문화를 추진함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잠재적
편익과 비용을 처해있는 금융환경과 금융제도등에 비춰 신중하게 비교
검토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것이다.

특히 중시돼야 할점은 대형화 전문화가 정책적 고려에 의해 인위적으로
추진되기보다는 개별은행이 자신에 적합한 경영전략이 무엇인지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할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합병등을 통해 대형화하거나
특정업무에 전문화하는 것이지 대형화 전문화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책당국의 역할은 국민경제및 전체 금융산업 차원에서 대형화
전문화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극대화될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조성해주는데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