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경제의 이목은 일본 경제동향에 쏠려 있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경제가 지난 91년부터 지금까지 4년이 넘도록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그 여파로 금융시스템의
불안조짐마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일본 정부는 지난 20일 내수확대,규제완화,토지거래 활성화,
중소기업지원 등을 망라한 14조2,200억엔 규모의 종합경제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이번 경기부양 대책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공공사업용지를 앞당겨
구입하는등 자산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모두 3조2,000억엔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값의 폭락이 악성 부실채권을 양산하고 이 부실채권이 금융기관의
경영을 압박하고 대출여력을 줄여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차단하려고 하는 목적에서다.

이번 대책으로 12조8,000억엔에 달하는 공공투자를 집행함으로써
재정주도의 경기부양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앞서 이미 재할인율을 사상 최저수준인 연0.5%로 낮췄으며 미국측과
협력하여 엔화 환율을 달러당 100엔대로 올려 놓았다.

이처럼 재정 금융 외환등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고 있으나
적어도 몇년더 기다려야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왜냐하면 이번 경제위기의 직접적인 계기는 80년대 후반의 거품경제이지만
그 밑박닥에는 폐쇄적이고 낙후된 일본의 시장및 경제구조 문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 대책을 크게 가격정책과 물량정책으로 나눠보면 금리 환율
물가 등을 통한 가격정책수단은 별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부실채권으로 여유자금이 부족한데 금리를 낮췄다고 대출여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며 설사 대출능력이 있다 해도 담보부족등 차입자의 신용도가
낮아 대출증대가 어렵다.

엔화 환율은 중요한 변수지만 만성적인 무역수지흑자가 축소되지 않는한
언제든지 엔고현상이 되풀이 될수 있다.

구조조정을 통한 문제해결노력이 없는한 선진국들의 정책협조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또한 경기침체로 물가가 내리고 있지만 실질소득이 올라 소비가 촉진되기
보다는 실질금리를 높여 투자와 생산을 위축시키는 역작용만 부각되고 있다.

물량면에서 보면 지원규모가 전체 경제규모에 비해 턱없이 작아
경기부양효과가 제한적이다.

사상 최대의 경기부양책이라고 하지만 500조엔에 육박하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에 비하면 별것이 아니며 3조2,000억엔의 토지구입도
전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할 뿐이다.

내수확대도 주택난,구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사회복지수준,높은
물가 등으로 제한적이다.

특히 40조엔에 달하는 부실채권처리 대책마련에 시간이 걸리고 무역수지
흑자축소가 수치목표로 강행될 경우 과잉 생산시설의 처분및 고용불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심각한 문제가 남아 있다.

우리경제도 일본경제의 어려움을 거울삼아 거품발생을 사전 예방하는
동시에 규제완화 시장경쟁촉진 금융자율화등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