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규 < 바른경제동인회 이사장 >

말타는 기수가 말을 몰때 말고삐로 방향을 잡고 말채를 들어 엉덩이를
치면 말은 앞으로 달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말의 입에 재갈도 물리지 않고 고삐도 없는 말을 몰기는 정말
어렵다.

이와같이 우리의 세제도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에 고삐없는 말과 같다.

세법에서 재갈과 고삐는 거래자료의 자동파악 장치이다.

즉 법인간의 거래에 있어 매입.매출 세금계산서를 세무서에 제출함으로써
거래자료가 투명하게 나타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법인은 국내거래실적을
감출 수가 없다.

그래서 법인이 성실신고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개인과 일반사업자간에는 이런 장치가 전혀 없기 때문에 매출액을
숨기기가 쉽다.

다시 말하면 재갈과 고삐가 없는 것이다.

신고납부제도에서 객관적 체크기능이 전혀 없으므로 개인 사업소득자가
성실신고를 할리가 없는 것이다.

세정당국이 설마 국민 모두가 양심적으로 성실한 신고를 할것으로 믿고
부과과세제에서 신고납부제로 바꾼 것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 신고실적을 보아서 실적이 나쁘면 세무조사라는 채찍을 들겠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개인사업자는 매를 피하기 위하여 조사원을 매수하기도 하고 조사원 자신이
매를 덜맞는 방도를 업자에게 알려 주기도 하는 거래가 이루어지게 된다.

그런데 이번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보면 말고삐를 만들 생각은 안하고 채찍
을 들 경우를 그전보다 많이 만들어 놓았다.

즉 특례과세의 확대나 간이과세제의 도입은 영세사업자를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탈세를 양산하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선거가 끝나면 세무조사
라는 채찍을 들지 않을수 없게 되어 있다.

국세청이 소득표준율을 대폭 인하하고 모든 회계장부를 가져가는 방식의
세무조사는 안하겠다는 발표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심공세의 일환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시책은 채찍을 안들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세제의 기본틀이 채찍을 안들고는 개인사업자에게서 세금을
제대로 걷어들일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한 세법개정안대로 한다면 가급적 매출신고액을 줄여서 과세
특례나 간이납세의 혜택을 받으려고 하는것은 사업자의 본능이다.

그런데 매출탈루는 신고한 사업자 이외에는 모르기 때문에 세무조사원이
매일 사업현장에 지켜서서 체크하기전에는 객관적 입증자료가 없이 심증만
으로 전가의 보도인 채찍을 휘두르게 되는 것이다.

이래서 징세마찰과 세무부정은 끊이지 않는다.

개인소비자와 개인사업자간에도 법인간의 거래와 같이 거래자료의 자동
파악장치인 말고삐를 만들 수 없는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만들 수는 있다.

그런데 만들려고 하지않는 것이 문제다.

소비자가 돈을 쓴 영수증을 모았다가 연말정산때 세무서에 내면
근로소득세에서 일부 감해주는 제도를 만들면 거래자료가 세정당국에 노출
되게 된다.

그런데 영수증은 진위파악이 어려우므로 그대신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로
지급한 부분만 세무서에 제출하면 물건을 판 사업자가 그 소득을 감출수
없게 된다.

이것이 말고삐 역할을 하게되는 것이다.

당국에서도 검토한 것으로 보이나 작년에 만든 근로소득공제부분과 중복될
우려 때문에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채택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그러나 1,057만원이나 되는 소득공제액을 일부조정 하든가, 또는 세액공제
를 한다면 못할 것도 없는 것이다.

이 제도 도입으로 부가가치세 3조원, 법인세 5조원의 증세가 가능하여
4조4,000억원의 교육세를 무리하게 신설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또한 소비자가 카드로 결제를 한다는 것은 은행에서 산사람과 판사람간에
계좌이체만 하게되어 현금유통이 줄어들고 은행의 수익증대에 공헌하며
사업자가 매입자료를 챙기게 되므로 무자료거래가 감소할뿐 아니라 유통
단계가 축소되어 유통구조의 현대화를 촉진시키는등 다목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정치권이 이런 말고삐를 만드는 것을 두려워 하는 이유는 탈세
사업자들의 반발이 표의 이탈로 둔갑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때문일 것이다.

탈세자들의 표를 받아 정권창출을 한다면 탈세정권밖에는 안된다.

지방선거에서 졌다고 해서 선거용 선심세제로 다음선거에서 승리하겠다고
한다면 큰 오산이다.

탈세를 조장하는 과세특례, 간이과세제도를 없애고 말고삐(카드거래 감세)
를 만들어 채찍(세무조사)에만 의존하지 않는 정정당당한 세정을 펼치는
것이 오히려 국민의 편에 서는 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