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은 몽둥이로 두들겨야 열린다"는 그릇된 인식이 한.미 자동차
협상을 앞두고 미정부와 업계에 팽배해지고 있음은 심히 우려할만한
일이다.

미행정부는 슈퍼301조에 따른 우선협상대상국관행(PFCP)지정시한(27일)이
다가오면서 최근 관계부처 실무협의회를 열고 한국을 PFCP로 지정한다는
방침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방침은 오는 19~20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자동차협상을
의식한 엄포의 성격이 짙긴 하지만 자동차 뿐만 아니라 의료기기시장에
대해서도 PFCP지정을 검토중이라고 밝힌 것으로 보아 미국의 공세가
만만치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는 자동차시장 추가개방을 둘러싼 한.미간 통상마찰이 양국의
이익을 적절히 조정하는 선에서 양보와 타협으로 마무리돼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것은 미국의 요구가 워낙 강경한데다 우리의 입장도
요구를 그대로 들어줄만큼 여유있는 것이 못돼 협상의 성공을 낙관할수
없다는 사실이다.

미측 요구사항의 핵심은 수입관세를 추가 인하하고 배기량 2,000cc
이상 대형승용차에 중과되는 특소세율의 누진제를 철폐하라는 것이다.

이에대해 한국측은 관세 추가인하는 어렵지만 배기량별 누진세율을
완화하는등 최대한 성의를 표시한다는 입장인 것같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측 요구가 무리인것만은 분명하다.

한국의 현행 자동차관세 8%는 멕시코(20%)는 물론 유럽(10%)이나
캐나다(9.2%)보다도 낮다.

더구나 미국의 요구로 10%였던 관세를 8%로 내린게 올초인 점을 감안하면
당장 미국수준(2.5%)으로 인하하라는 요구는 누가 봐도 지나치다.

또 배기량별 특소세율의 차등적용은 국산화를 포함한 모든 자동차에
부과되는 것으로 차별적인 조치가 아니다.

우리는 미국측이 한국에 대해 미국차를 더 많이 사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면서도 왜 마케팅등 시장관리에는 그토록 소홀한지를 묻고싶다.

미국의 압력으로 담배시장을 열었더니 일본 담배가 판을 치는 것처럼
결국 엉뚱한 쪽만 득을 보는 일이 자동차시장에서도 재연되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실재로 수입차판매 실적이 이를 반증한다.

가령 작년8월 한달동안 한국시장에서 미국차판매는 유럽차 판매실적과
비슷한 240여대였다.

그런데 올초 미국의 요구대로 시장을 추가개방한 뒤인 금년 8월중의
판매량은 유럽차가 424대였는데 반해 미국차는 262대에 그쳤다.

미국은 우리측에 무리한 요구를 하기 앞서 수출용 소형차생산등
시장관리에 보다 정성을 들일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로서도 고도의 협상력을 발휘해야 할때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사정은 도외시한채 "예고제"하나 없이 무조건 양보만
하는 것도 문제지만 차제에 우리도 고칠것은 미리미리 고쳐 불필요한
통상마찰을 피하는 것이 좋다.

협상의 수석대표를 어느 부처가 맡을것인가를 두고 승강이를 벌이는
따위의 일에 에너지를 소모할것이 아니라 정부 업계 모두가 지혜를
모아 미국의 파상공세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