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재할인율이 지난 8일 사상 최저수준인 연0.5%로 인하됐다.

엔고대책의 하나로 지난 4월14일 당시 연1.75%에서 1%로 인하된지
5개월만에 또 다시 0.5%포인트 인하된 것이다.

일본의 재할인율이 이처럼 기록적으로 낮게 책정된 까닭은 지지부진한
경기회복세를 부추기고 엔화강세를 저지하며 최악의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금융기관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로 일본의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적지 않은 혜택을 받겠지만
지금의 위기국면에서 벗어날 계기가 될지는 낙관하기 이르다.

비록 금리가 싸다 해도 주식 부동산등 자산가격이 크게 떨어져 담보
여유가 많지 않은데다 자금차입자의 신용상태도 매우 나빠 자금수요가
얼마나 확대될지 의문이다.

게다가 일본 금융기관들은 막대한 부실채권 때문에 자금공급여력이
부족해 예대마진의 확대가 경영개선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이후 달러에 대해 약세로 돌아선 엔화가치도 무역수지의
흑자기조가 계속되는한 언제든지 엔고현상을 되풀이할 수있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또한 땅값이 폭락하고 최근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지만
소득에 비해 물가수준은 여전히 높아 소비를 자극하는 실질잔고효과
대신 실질금리를 높이고 생산을 위축시키는 디풀레이션 유발효과만
부각되고 있다.

이처럼 기록적으로 낮은 재할인율은 역설적으로 일본경제의 어려움을
말해주고 있지만 이밖에도 세계경제의 긴밀한 상호의존및 구조적인
불안정을 뜻하기도 한다.

이론적으로는 일본의 재할인율이 0.5%인데 비해 미국이 5.25%,독일이
3.5%라면 국제 금융시장의 자금이 미국이나 독일로 몰려야 하며 그 결과
엔화는 평가절하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금리로도 설명하기 어려우며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일본의 금융시장,지속적인 무역수지 흑자기조,높은 국내저축률,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재정적자등 구조적인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면서도 막상 정책수단의 선택폭은 매우 좁은 실정이다.

미국의 채권시장은 독일과 일본의 무역수지흑자가 미국으로 환류되는
규모에 큰 영향을 받고 있으며,독일과 일본의 성장및 고용은 이들의
수출경기에 좌우되는 식으로 맞물려 있다.

따라서 각국의 지나친 자국 우선정책은 자칫하면 "부메랑효과"를
불러오기 쉬운 상황이다.

게다가 지나친 군비확장,방만한 사회복지지출,극단적인 투기열풍 등으로
각국의 재정금융정책은 기반이 취약하다.

이상의 분석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물가.

금리.환율 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여 거품발생을 예방하는 한편 시장
개방및 시장자율화에 대비하여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불합리한 제도를
개폐해야 한다는 점이다.

잘못된 관행이나 제도라도 한번 굳어지면 고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은
이웃나라 일본이 겪는 어려움에서도 확인되는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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