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기아써비스 용인연수원.

평소 정비기술교육을 위한 훈련원으로 쓰이는 이곳이 어린 국민학생들의
활기찬 목소리로 시끌벅적해졌다.

자전거묘기단의 아슬아슬한 시범에 탄성을 지르는 아이들 속에는 인자한
얼굴의 노신사와 인솔교사인듯한 30대 젊은이가 끼어있었다.

아이들은 "사장할아버지" "위원장아저씨"하며 그들을 따랐다.

기아써비스의 도재영사장과 박성근노조위원장이었다.

"자랑스런 우리아빠.사랑해요"를 주제로 이 회사가 개최한 "기아
꿈나무 여름캠프".

기아써비스는 전국 사업장근로자의 4~6학년 자녀중에서 80명을 선발해
1박2일간 "아빠회사 구경"을 시켰다.

하진규상무는 "공유가치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근로자뿐 아니라
그 가족들의 사기관리까지도 회사가 책임진다는게 우리의 방침입니다"라고
설명한다.

기아써비스는 지난 80년대말부터 근로자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인사.관리의
대상이라는 판단아래 배우자들에 대한 교양강좌,부모를 위한 사내예술제
등을 지속적으로 개최해오고 있다.

이제는 그 대상에 자녀들까지 포함시켰다.

아빠의 일을 아이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할때 아빠는 더욱 열심히 일할수
있을 뿐만아니라 진정한 사원만족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내용면에서 다른 회사의 근로자가족행사와는 큰 차이를 갖는 이 회사의
"가족주의"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기아써비스는 기아자동차의 정비및 부품판매를 맡고 있는 회사이다.

지난 71년 창립이후 올해로 25살이 되는 젊은 회사이다.

전국에 16개 정비사업소와 5개 부품판매사업소,12개 자동차판매영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사업장이 전국에 산재해있는 만큼 근로자들이 한자리에 모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 회사가 끈끈한 가족주의를 강조하는 것도 알고보면 회사의 성격상
공동체의식이 싹트기조차 어려운 환경때문이다.

박위원장이 지난번 선거에서 내건 공약은 아주 소박했다.

조합원이 모두 모여 전국적인 체육대회를 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국 사업장이 한꺼번에 쉴수도 없는데다 3천명 근로자의
전가족을 수용할 숙박시설 마련은 더욱 힘든 일이다.

그는 올 가을 각 사업장 축구서클대항전 개최로 공약실천을 대신할
계획이다.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가족을 끌어안아야하는 이 회사노조집행부의
고충은 크다.

지난 5월 10일 이 회사가 기아그룹 최초의 노사화합행사인 "기아사랑
노사 한마음 전진대회"를 열었을 때 다른 계열사들이 놀란 것도 바로
이런 사정 때문이었다.

김선홍그룹회장도 공식석상에서 "기아자동차가 올해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 지은 것은 기아써비스 덕분"이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기아써비스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가족주의적 노사관계를 형성시켜온
만큼 타계열사와는 다른 자부심이 있다.

올해 이 회사 노사가 "기아써비스형 노사관계"를 구축키로 한 것도 이런
자부심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우선 "패턴교섭"에서 탈피하기로 했다.

수직형 자동차전문그룹인 기아의 계열사들은 주력사인 기아자동차의
임단협결과를 본후 그에 맞춰 임단협을 매듭짓는 패턴교섭의 관행을
쌓아왔다.

박위원장은 "패턴교섭은 형식에 치우친 것"이라고 지적한다.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 해결하려고
노력해야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이 점에서는 도사장도 같은 의견이다.

"생산적이고 성숙된 노사관계는 각 회사의 노사당사자가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때 가능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물론 정서적인 측면에 치우친 가족주의만이 능사는 아니다.

가족이니까 서로 싸우지 말자는 원칙만으로는 3천명이나 되는 많은
근로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노사화합행사에서 <>무분규 전통계승<>노사가 따로
없는 주인된 마음<>세계일류를 위한 일터조성<>건전한 기업문화 창달을
통한 책임있는 노사관계구축등을 결의한후 제도측면의 보완을 추진해왔다.

미국 제록스사를 벤치마킹해 만든 "노사공동연구팀"이 바로 그것이다.

노조간부 회사실무자 각 2명씩 4명으로 구성된 노사공동연구팀은
고객만족 종업원만족 생산성만족등 3S( Satisfaction )를 대주제로
중장기적인 제도개선에 대한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사원정비요원화<>하기휴양지개선방안<>전사원 내집마련 플랜
<>우리사주 지분율확보방안<>무재해활성화방안 <>성과배분제도 도입
등이 이들이 연구하고 있는 과제들이다.

임병산팀장(노조부위원장)등 노사공동연구팀은 이미 이사회에서
여러차례 설명회를 가졌다.

기아써비스는 종업원지주형 회사답게 복리후생제도를 최고수준으로
완비해둔 것으로 유명하다.

92년 사내근로복지기금법이 시행되기 6년전부터 근로복지기금을 출연해
이제까지 18억6천여만원을 적립했다.

총인원 2천4백74명이 누계금액 40억9백여만의 혜택을 받았다.

이밖에 학자금지원 서클활동지원 차량구입보조 8년이상근속자유류지원
10년이상 근속자종합검진등 여러가지 복리후생제도를 마련했다.

"주인이 없는 회사인 만큼 모두가 주인이라는 의식을 갖고 있어요.
노조가 자체적으로 친절운동을 벌이는 주인의식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노무담당으로서는 신바람나는 변화지요"

이회사 고진홍 노무과장의 자랑이다.

< 권영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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