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중요한 정책현안들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집권여당의 과도한
개입과 정치성 짙은 요구로 갈팡질팡 혼선을 빚고있는 요즘 정보통신분야
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진 것은 심히 우려할 사태가 아닐수 없다.

정보통신부는 당초 금년말안에 결말을 내기로했던 개인휴대통신(PCS)등
7개 분야 30여개 신규 통신사업자 선정을 돌연 내년 상반기로 연기했는데
그 배경이 다름아닌 내년 봄의 총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논리에 따라야할 중요한 정책결정이 정치논리에 압도되어 흔들리는
또하나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게 된 셈이다.

물론 사업자선정방법에 대한 이견조정의 어려움을 모르는바 아니다.

또 그것이 몰고올 특혜시비라든가 기타 온갖 잡음을 총선을 앞둔
정치계절에 견뎌내기가 대단히 힘들 것도 알만하다.

그러나 그것으로 연기결정이 정당화될수는 없다.

사업자선정에는 어차피 이해의 충돌과 잡음이 따르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정책당국의 확고한 의지와 소신있는 결단이다.

정보통신부는 그동안 누차에 걸쳐 PCS등 통신사업의 경쟁체제도입방침을
밝혀왔으며 지난 7월에는 마침내 95년도 신규사업자선정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맞춰 희망업체들은 일찍부터 활발하게 준비를 진행해왔다.

정부나 업계 할것없이 준비부족을 연기이유로 둘 상황은 아니다.

연기결정이 만약 확고한 것이라면 그것이 우리의 통신산업발전과
21세기 정보화사회의 장래에 끼칠 영향은 이만저만 크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통신사업의 경쟁력강화시기가 그만큼 지연되는
점이다.

우리의 통신사업경쟁력은 현재 선진국과 비교해서는 물론이고 싱가포르
홍콩등 아시아 경쟁국에 비해서도 열위에 있다.

게다가 멕시코와 필리핀도 시내전화를 포함한 모든 통신사업에서 전면
경쟁을 허용하는등 제도면에서는 우리를 훨씬 앞질러가고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가 또한번 큰 손상을
입게된 점이다.

결과는 관련업계로 하여금 장래를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방향과
투자계획 기술개발계획등을 추진할수 없게 만든다.

급속한 기술개발이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 정부는 최소한
나름대로 확실한 정책비전을 제시해 줘야한다.

정부가 줏대없이 무소신으로 방황할 경우 국내 통신시장은 결국
준비없는 개방으로 외국기업과 기술에 점령당하고 말 것이다.

정부는 차제에 96년이후의 사업허가방향에 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한다.

내년중 관련 법령을 개정한뒤부터는 신규사업자의 경우 사전공고없이
수시신청을 받는등 진입장벽을 크게 완화할 방침이라고 했는데 95년
사업자선정연기로 그 실현성도 의심되기에 이르렀다.

"선국내경쟁 후국제경쟁원칙"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국내경쟁체제의
밑그림을 다시 짜야할 순간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