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95년 IMD보고서"는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작년보다 나아진게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한국경제신문사와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은 지난 6일 롯데호텔
에서 "한국의 새로운 국가경쟁력 창출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공동주최
했다.

정구현 연세대교수의 주제발표를 요약한다.

< 편집자 >
=======================================================================

국가경쟁력이란 결코 경제적인 힘만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며 정치와 사회
문화등 광범위한 요소들로 구성된 총체적인 개념이다.

한 국가의 경쟁력 향상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과제여서 경쟁력에 대한
논의 또한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한국의 경쟁력은 어떤 위치에 있는가.

95년 IMD보고서는 한국의 경쟁력은 아직도 정부와 금융, 사회간접자본,
국제화부문에서 취약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거시경제와 인적자원, 그리고 과학기술 기업경영부문등을 상대적으로
강한 부문으로 꼽고 있다.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사회체제면에서는 아직도 뒤떨어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물론 국제화를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되고 있는 비개방적인 문화특성등은
단기간에 바꿔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또 사회간접자본에 대해서도 그 개선정도는 미약하지만 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경쟁력에 대한 논의는 정치와 국민의식, 정부의
관료주의, 기업의 구조개편이라는 세가지 분야에 초점을 두고 이뤄져야
한다.

첫째 정치와 국민의식분야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최근 2~3년동안에 일어난 각종 대형사고는 정치와 국민의식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수차례의 참사를 통해 우리는 사회에 뿌리깊게 존재하는 부패와 형식주의
라는 문제를 그대로 발견할 수 있다.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러한 천민자본주의적
요소를 타파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직업윤리등 새로운 정신과 의식이 자리잡아야 한다.

이런 의식과 행동강령은 선진국으로의 도약에 핵심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둘째 뿌리깊은 관료주의를 경쟁력 저해요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신정부는 출범이후 금융.토지실명제등을 실시, 자본 거래와 재산이동의
투명성을 높이는등 중요한 개혁을 해온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규제완화 정책과 공기업민영화 정책등은 요란했던 홍보의 여운만
남기고 체감되는 뚜렷한 결과는 없는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정부의 개혁의지가 권력의 기득권및 공무원의 복지부동등 조직적인 저항에
부딪쳐 좌절됐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은 경제에 대한 영향력 상실을 우려, 민영화 정책에 소극적이다.

또 공무원들은 정부의 규제완화정책이 각종 인.허가 절차에서 얻어 온
부수입을 막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는 오랫동안 자리잡아온 관료지배의 관습이 있다.

관료조직은 뿌리깊은 비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민간부문을 계속 지배
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권을 잡겠다는 정당마저도 규제완화나 공기업민영화
등의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이에대해 정책강령을 제시하는 정당도 찾기 힘들다.

이런 정치수준으로는 관료지배경제구조를 바꾸기 힘들다.

이제 정치권은 위기가 닥쳐야만 대대적인 개혁과 개편을 단행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가의 장래를 진정으로 생각할 때만이 공기업의 민영화나 정부규제의 완화,
정부규모의 축소와 같은 과감한 개혁이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가의 선진화를 위한 기업의 구조개혁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경제정책가운데 가장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중 하나가 바로
대기업집단에 의한 경제력 집중이다.

가장 덩치 큰 기업이 가장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논리는 문제가 있다.

이들 대기업의 지배력은 주력사업이 곧바로 우리나라의 경쟁력있는 산업
이라는 점과 기술과 자본에서 압도적으로 큰 기득권을 가지고 있다는 데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신규진입을 제도화한다면 대기업들이 모든 분야를 다 장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기업의 구조개혁은 대기업집단의 해체가 아니라 기업
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해제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

미래는 세계화와 함께 급변하고 있으며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최선의 기업정책은 자유로운 진입을 보장해 주는 일이다.

또 공기업들의 민영화도 빨리 추진해야 하며 정부도 인원과 예산을 축소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국가경쟁력은 결코 경제적 효율성만으로는 달성될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치가 정상화되고 합리화되지 않으면 경제의 효율도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