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교육개혁안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의 하나가 "국민의
고통을 덜어준다"는 기본방침아래 교육기회를 넓혀줌으로써 입시 경쟁을
완화시키고, 종합생활기록부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개선함으로써 초.중등
교육을 정상화시키며 학부모의 과외비 부담을 경감시키려는 "대학 입시제도
개혁안"이라고 할수있다.

대입제도 개혁안은 국.공립과 사립대학을 구분하여 국.공립대학은 국가가
제시하는 기준(종합생활기록부 40%이상 반영, 국.영.수위주의 대학본고사
폐지)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고, 사립대학은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한 기준에
따라 선발하도록 하고 있다.

종합생활 기록부의 도입은 현행 고교내신제가 갖고 있는 비교육적인 경쟁을
해소하기 위하여 상대적인 교과성적을 절대기준인 교육성취도 수준으로
평가하게 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단체.봉사활동등 교내.외의 학생활동을
점수화하지 않고 기록만 하게 함으로써 대학에서 이 자료를 어떻게 활용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입학 전형제도를 마련할수 있는 기틀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같이 종합생활기록부가 원래 의도한대로 기록되고 활용된다면 초.중등
학교 현장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수 있을뿐만 아니라 대입전형의 다양성과
타당성을 높일수 있는 이상적인 진일보한 개혁안이라고 평가할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혁안이 학교현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문제에 대한 심각한 검토가 필요하다.

첫째 학생선발의 자율권을 대학에 대폭 이관한것으로 되어 있으나 국.공립
대학은 물론 사립대학도 완전한 자율권 행사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정부의 의도가 국.공립 대학에서는 학생선발 기준으로, 사립대학
에서는 선발의 원칙을 통해 각각 반영되도록 하고 그 이행여부는 행정.재정
지원과 연계해 지도.감독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형식상으로는 국.공립과 사립대학의 자율성 부여 정도가 다르지만 실제
내용은 정부의 의도가 모든 대학에 그대로 반영돼 큰 차이가 없도록 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지금까지 관행으로 보아(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사립대학이
국.공립대학과 유사한 입학 전형제도를 택할 것으로 예측돼 본래 의도한
전공별 다양성있는 제도의 설정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대학이 특성화되고, 그에 맞는 다양한
제도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며 정부도 학생 선발에 대해
일반적인 최소한의 원칙만을 제시하는데 그쳐야 할것이다.

둘째 대입제도의 정착을 위한 고등학교와 대학의 환경과 여건조성이 부족
하다는 점이다.

이번 개혁안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대학 입시와 고등학교의
부정적 연결고리를 끊는 작업과 학업 성취도 우수자만을 선발하려는 대학의
잘못된 관행을 해소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등학교 교육여건을 개선하는데, 그리고 대학이 우수한
프로그램을 개발.시행하는데 대폭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까지의 계획으로 볼때 그런 여건개선을 위한 투자계획이 미흡할뿐
아니라, GNP 5%의 교육재원이 마련됐다해도 고등학교와 대학에 우선적으로
과감하게 투자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셋째 고등학교에서 종합생활기록부등 자료를 작성할때는 대입전형자료라는
이유로 획일적이고 경직된 기록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입찰전형자료로 어떤 내용을 어떤 방법으로 활용하는가 하는 것은 대학의
몫이자 책임이기 때문이다.

기록 내용을 공정하게 작성하기 위하여 모든 고등학교에서 획일화된 검증
결과만을 기록하려 한다면 오히려 고등학교 교육의 비교육적 활동을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

교사의 신뢰를 바탕으로 교사가 있는 사실을 그대로 기록만 하게 하고 그
자료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의 판단은 대학에 일임해야 한다.

또한 기록 내용은 핵심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고등학교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기록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고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보탬이 될
것이다.

즉 종합생활 기록부의 기록과 활용을 명확히 구분, 기록은 고등학교 교육의
성취를 고등학교 입장에서 하고, 활용은 대학에서 전형자료의 일부로서
대학의 입장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97~98학년도에는 현행의 "생활기록부"와 개선된 "종합 생활기록부"를
병행 활용해 입시 총점의 40%이상을 반영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것은
개혁안의 기본 방향과 정면으로 위배된다.

왜냐하면 두 자료을 병합하기 위해서는 총점을 활용할 수 밖에 없고 또한
두 자료의 성격이 다르므로 이를 병합하기 위해서는 개선된 종합생활
기록부의 자료를 현행의 생활기록부자료와 동일한 점수체제로 변환할수 밖에
없어 "종합생활기록부"도입의 근본 목적인 상대평가와 총점주의를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합 생활기록부의 도입목적에 알맞도록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그 시행시기를 현재의 중3학생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98학년도 이후로
늦추고 그 실현가능성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검토가 이루어지는 것이 대입
제도개혁안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