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터빅 <미시간대 경영학석사/식품유통컨설팅 세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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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산업에서는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주도권 논쟁을 벌이는 경우가
심심찮게 목격된다.

따라서 ''어느 업체가 현재 주도권을 쥐고 있으며 앞으로의 주도권
향방은 어떻게 될 것인가''와 같은 물음이 자주 제기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주도권 향방의 기본변수인
소비자의 기호변화에 적응하면서 어떻게 공생해 나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기업의 생존방식으로 20세기 후반에 나타난 것이 ''소비자지향경영''과
''정보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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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지향 경영은 소비자의 성향이 다양해진데 반해 소비증가율은
둔화됐기 때문에 나타났다.

정보혁명은 자료검색 기술의 발달로 등장했다.

대량생산과 대량분배에 초점이 맞춰졌던 전통적 시장개념이 이제는
소비자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대형 제조업체들만이 많은 정보를 소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료검색 기술의 발달로 지금은 유통업자들이 정보력에 있어서
유명 제조회사들을 오히려 앞서고 있다.

이들 유통업체는 상품을 대량으로 쌓아놓고 소비자에게 강제로 떠맡기던
대기업들과는 달리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공급물량을 조절한다.

실례로 비교적 후발업체에 속하는 월마트나 창고형 클럽들은 자료검색기술
을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기존 슈퍼마켓 체인을 앞서가고 있다.

유통업체는 소비자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 공급자가 이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기존의 식품산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극복한
것이다.

이런 정보파악및 활용능력이 유통업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정보는 과거 생산자가 독점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접근할수 있는 것이 됐다.

아직까지도 시장조사 같은 분야에서는 제조업체가 유리할지 모르나
소비자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문제는 달라지고 있다.

더욱이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며 소비자 욕구에 대응하는 소매업자들로
인해 유명 상표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소매업자 브랜드가 붙어있는 식품과 제과류의 시장
점유율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소비자의 행동양식 변화속에서도 감지된다.

90년대의 소비자 행동양식은 슈퍼마켓이 호황를 누리던 70~80년대와는
크게 다르다.

현재 전체식품시장의 30%정도가 슈퍼마켓이 아닌 다른 곳에 형성돼
있다고 한다.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시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다음은 가격 영양가 안전성 신선도등의 순이다.

따라서 슈퍼마켓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소비자의 변화를 감안한 새로운
경영방식을 고안해야 한다.

유통업자와 제조업자는 서로에게 일어나는 변화의 형태를 제대로
파악해야 자신들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정확히 감지할 수 있다.

"전자식 정보교환방식"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어느 유통업체는
"슈퍼마켓 비즈니스"라는 전문잡지를 통해 신기술을 적용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제조업자와의 협조라고 밝혔다.

영국의 슈퍼마켓 체인인 테스코는 세계에서 12번째로 큰 유통업체다.

테스코는 전체 영국시장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 기업이다.

이 회사는 전자식 정보교환 시스템을 이용해 "판매량에 따른 주문방식"을
구축했다.

이를 토대로 9백여개의 공급업자와 연계된 유럽 식품시장에서 가장
크고 제일빠른 전산망을 구축할수 있었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쇼사 역시 전자식 정보교환을 이용해 식품공급업자
들과 거미줄같이 연결된 커뮤니케이션망을 갖추고 있다.

또 월마트의 위성통신망은 회사 수뇌부와 각 점포 공급업자를 연결한
것으로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유통업자와 제조업자간의 연계체제가 보다 효과적이려면 소비자에게까지
그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

즉 전자식 정보교환이 제공하는 신속함과 빠른 물량공급등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유통구조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전자식 정보교환 기술은 현재 제조업자와 유통업자들만 연결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소비자의 집에 직접 상품을 배달해주는 데까지
확대될 것이다.

전자식 정보교환을 이용한 저렴한 가격유지와 적정물량의 공급이 앞으로
유통업체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다.

창고에 재고물량을 쌓아두고 기다리는 현재의 유통관행이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리 기술적 발전이 이루어진다 해도 비효율성은 제거될수
없다.

한 예로 미국 시카고 외곽지역의 경우 3개의 유통업체가 반경 5마일안에
있는 자가 창고에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데 3개 유통업체의 품목이 거의
비슷한 것이어서 소비자의 비용부담만 커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MIT에서는 자동차산업에 대한 5년간의 연구끝에 "세계를 바꾼 기계"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의 첫머리에 기술자들이 수공으로 자동차를 만들던 초창기 시절을
소개한 후 대량생산방식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를 분석해놓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제시한 해결방안은 일찍이 일본 자동차업체가 도입한
방법과 같은 "군살을 뺀 생산방식" 또는 "장인정신"을 도입하는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다품종 소량생산을 위해 종업원들에게 의사결정권을
부여함으로써 주인의식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식품산업과 같은 노동집약적 산업에서는 이같은 개념이 유통업 종사자
및 제조업체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현재 많은 유통업 종사자들이 마치 생산라인의 근로자들처럼 단순반복적인
일을 하고 있다.

이렇게 동기부여가 적은 상태에서는 회사가 손해를 보게 된다.

반대로 성취동기가 큰 상태에서 일하는 경우 이직률이나 결근이 줄고
품질향상을 꾀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12개 유수 식품업체의 모임인 앤더슨 컨설팅 식품자문위원회
에서 포드자동차 회장을 역임한 도널드 피터슨은 이와 비슷한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다.

그는 포드사에서 실시했던 품질경영 프로그램을 언급하면서 모든
종업원과 협력업체가 회사의 비전을 공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직원들의 자부심과 업무성과를 높이고 협력업체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훈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피터슨의 발표에 이은 토론에서도 슈퍼마켓의 품질경영은 결국 소비자의
높은 기대치에 부합하기 위한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 식품자문위원은 이를 계기로 개선책 모색을 위한 연구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소비자의 기대가 높아짐에 따라 유통업계와 제조업계는 협력할수 밖에
없다.

산업의 근원은 소비자이고 유통체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종업원들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나온 해결책이 원가절감과 동시에 소비자에게 쇼핑의 즐거움을
주는 리엔지니어링 개념이다.

리엔지니어링이 이루어지면 소비자는 쇼핑시간과 노력을 절약할수 있고
개선된 서비스를 제공받게 될 것이다.

제조업체에서 업무결정권을 부여받은 근로자들이 공정의 처음에서
마지막 단계까지 주인의식을 갖고 생산에 임하는 것처럼 소비자 중심의
리엔지니어링은 직원들로 하여금 창의력과 자부심을 갖게 한다.

이는 결국 소비자의 기대치 이상을 만족시켜주는 효과를 볼수 있다.

소비자에게 이익이 최대한 많이 돌아가게끔 하려면 우선 유통경로에서
부터 리엔지니어링이 이루어져야 한다.

제조업자와 유통업자는 생산에서부터 소비자의 손에 이르기까지 상품이
효율적으로 전달되는 것을 최대목표로 삼아야 한다.

상품이 비효율적으로 이동될 때 비용이 발생되고 그 결과로 재고가
쌓이며 재고비용이 추가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한마디로 이런 비용을 없애는 것이 유통의 리엔지니어링이다.

이는 결국 식품산업의 모든 요소가 소비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가 바로 산업의 "기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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