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더욱 가까이하게 되고
자주 만나면서 모임이라는 것이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게 마련이다.

주로 이러한 모임은 사회인이 되기 이전 학창시절에 형성되어 옛 우정을
다져가거나 또는 사회인이 된후에 취미를 같이하는 동호인의 모임형식이
되거나 권익옹호를 위한 단체의 형식을 띠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필자가 소개하려는 모임은 대학을 졸업하고 가정을 가진 사회인
이면서도 같은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이루어진 모임이라 조금 특이하다고
볼수 있다.

우리모임은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미국 시카고의
일리노이 공대에서 수학한 여섯 가족으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온 가족은 나중 온 가족에게 자동차를 태워주기도 하고 필요한
가재도구들을 대물림해주고 애들을 번갈아가며 돌봐주고 빠듯한 생활
속에서도 서로를 축하해줄땐 축하해주기도 하면서 유학시절의 보람과
추억을 같이 만들어간 가족이었다.

미국사람들이 말하는 TGIF(야 즐거운 금요일이다: Thank God, It"s
Friday)의 의미를 절감하며 가끔 금요일밤에 모여 맥주 캔과 함께 보냈던
일은 지금도 여러 어려운 일이 있을때 청량제 구실을 한다.

현재 늘 넉넉함으로 우리들의 교주역할을 해오는 주식회사 대우에
근무하는 문정주이사 가족, 걸쭉한 입담과 만능 스포츠인인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유영우교수 가족, 항상 진솔하고 윤기있는 삶을 보여주는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과 이순종교수 가족, 오늘의 모임을 이끄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아주대학 환경공학과 조순형교수 가족, 늘 참된 종교인의
모습을 생활로 보여주는 연세대학교 산업환경과 서용칠교수 가족, 그리고
이모임의 간사를 맡고 있는 필자의 가족, 이 한가족 한가족이 우리에게는
소중한 존재이다.

매년 8월중순께 서해안 천리포에서 같이 보내는 휴가와 연말의 송년모임등
정기적인 모임말고도 우리들은 해외나들이를 같이 하거나 각 가족에 특별한
일이 있을 경우에는 꼭 초대하여 자리를 함께한다.

우리들의 이런 모임들은 늘 가족을 동반하여 이루어졌기 때문에 자연스레
다음 세대들간의 관계가 형성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모임이 영속할
것이라는 생각에 흐뭇해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