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국 <부국장대우/국제2부장>

황해는 이제 한국과 중국을 가로막는 바다가 아니라 두나라 사이를
가까이 연결하는 하나의 거대한 "호수"가 되어가고 있다.

배편으로 주20여회,하늘로 주50편의 비행기가 왕래하면서 올들어
5월까지만해도 20여만명의 사람이 서로의 땅을 밟고 있다.

그뿐 아니다.

두나라의 무역은 지난해 100억달러를 훨씬 넘어섰으며 올들어 5월까지만
해도 63억5,000만달러로 이미 지난해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투자 역시 증가일로다.

작년말까지 대중국 투자허가및 신고 건수는 2,100여건,실제 투자만도
1,500여건이었다.

올들어서 5월까지 200여개 기업이 250여건의 새로운 투자를 했다.

일요일 공휴일을 뺀다면 매일 2개회사 정도가 중국땅에 들어간 꼴이다.

이런저런 숫자들은 한.중 수교3년간에 이루어진 통계상의 가시적인
성과다.

지난 40여년의 단절을 무서운 속도로 메우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관계는 외형적인 빠른 경제교류 확대에서만
의미를 찾아서는 안되는 또 다른 면이 있다.

장기적으로 상호보완적 관계로 발전시켜나갈 환 황.발해 경제권과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안보협력체제 수립이 그것이다.

지난달 21일 중국 북경에서는 이에 관한 협력방안논의를 위해 한.중
포럼이 열렸다.

수교3주년 기념으로 한국의 현대중국연구회와 중국의 사회과학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것이었다.

나흘동안 계속된 이번 포럼에서는 한.중 양국의 학자 기업인 언론인등이
참석해 환황.발해 경제권협력방안에 관해 집중 논의됐다.

물론 환황.발해 경제권논의가 제기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에 이미 활발한 논의가 있어왔다.

한마디로 1차적 당사국인 한국과 중국이 중심이 되어 주변국과 함께
한반도의 3배쯤 되는 환황.발해 지역 경제협력체를 만들자는 생각이다.

동북아 안전보장체 수립가능성도 역시 1차 당사국인 두나라의 관심사.

일부 국가간에 물밑 탐색전을 펴고 있는 동북아 다자간안보구상(NEASED)
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는 안보체제형태.이에대해 특히 중국측은 특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이번 포럼에서 영의인 중국국가부주석은 한국측 포럼 참가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환황.발해 경제권개발이 미래의 동북아경제협력에 중요하며
특히 북한의 참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보체수립에는 한국측 발표자들이 적극적인 반면 중국 학자들은
비교적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음은 흥미로운 일이었다.

정치제도나 이데올로기,그리고 경제발전수준의 차이가 지역안보체
구성에 어려움을 주게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럼에도 다소간의 어려움과 미비한 점이 있더라도 환황.발해지역
경제협력기구를 가능한한 발족시키고 이를 단계적으로 보완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모든 참석자들의 견해였다.

북한 개방문제도 토의됐다.

환황.발해 경제권이든 안보협력구상이든 북한을 참여시키고 개방하도록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북한의 경제적 낙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치경제적 발전에 좋지않은
영향을 주고 있으며 개방없이는 북한국민의 생활수준향상을 기대할수
없다는 현실적인 진단을 바닥에 깔고 있었다.

이 포럼에서 기자는 "한국과 중국의 우호증진확대를 위한 제언"을
발표했다.

두나라가 수교 제2단계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경제협력확대에 못지 않게
학술 민속교류등 국민 상호간의 신뢰를 쌓아갈 여러가지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최근의 한 여론조사는 장래에 더욱 가까워져야 할 나라로
응답자의 70% 가량이 중국을 우선적으로 들고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한국과 중국의 경제적 정치적 협력 필요성은 상호보완성과
지리적 근접성 때문이라 하겠다.

지난날 우리는 미국과 일본경제가 감기에 걸리면 한국 경제는 바로
홍역을 앓게 된다고 했다.

이 말은 우리의 경제구조로 보아 아직도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의 경제관계도 같은 맥락으로 가고 있음을 주시하고
차분하게 대비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