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고속도로에서 광양만쪽으로 향하다 보면 만을 따라 넓게 펼쳐진
광양제철소 연관공업단지가 나타난다.

이 공단안에 전남지역에서 가장 먼저 노사화합결의대회를 개최한
포철기연(주)이 자리잡고 있다.

포철기연은 광양제철소의 기계정비수리와 경상투자공사,공작가공,철물제작
등을 전문으로 하는 포스코(포철)그룹계열의 중견 전문정비회사이다.

이 회사 노조도 한때 강성노조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 89년부터 급격한 사회환경 변화와 함께 근로자들의 잠재된 요구사항
이 분출되기 시작하면서 해마다 격렬한 노사분규를 거듭해 주위의 시선을
끌었다.

이 회사노조는 지난 91년 포철그룹계열사가운데 처음으로 1주일간의
파업을 일으켜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이 퇴진하는 진통도 겪었다.

해마다 빠지지 않고 쟁의발생신고를 냈다.

포철기연이 격렬한 투쟁으로 어느 선까지 임금을 올리면 연관단지
입주업체들은 이를 근거로 협상에 나설 정도였다.

그러나 이같은 포철기연의 노사관계는 지난 93년 새 경영진이 들어서면서
해빙기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그해 4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송경섭사장(52)은 "노조가 강성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설립이후 적자를 면치 못하던 회사의 수익구조와
그룹계열사가운데 가장 낮은 임금수준등으로 근로자들이 희망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이에따라 송사장은 근로자들에게 장래에 대한 희망찬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악화된 노사관계를 풀어 나가는 경영전략을 구사하게 된다.

우선 회사의 수입구조 개선을 위한 대대적인 시설 및 교육투자와 의식개혁
운동에 나섰다.

지난 93년부터 2년동안 약 80억원을 투입, 설비투자확충에 나서 1인당
생산성을 높여나갔다.

92년에 전직원의 30%에 불과했던 기능사자격증 소지자도 올해에는 85%까지
늘어났다.

이 회사는 인간존중의 풍토조성과 현장중심의 경영실천이라는 양대목표를
설정했다.

노사양측이 의식개혁을 통해 신뢰를 회복,공동체적 운명체로서 회사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한마음연수운동"을 시작했다.

매년 상.하반기에 근로자들과 도시락으로 중식을 하면서 고충을 듣는
"중식간담회"를 마련했다.

이 회사의 작업특성상 근로자들이 광양제철소내 26군데 작업대기실에
나누어져 전체 근로자들의 고충을 경영진이 직접 알기가 곤란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관리부서 전직원이 참가하는 "현장체험활동",소속부서원간의 이해와
협력을 강조하는 "조직활성화 활동",계절별로 이루어지는 스키캠프, 한마음
선상연수활동등 전체근로자가 한가족임을 강조하는 각종 교육활동등을
벌여나갔다.

뿐만아니라 과거 관리직과 현장직으로 구분되어 있던 직급체계를
노사합동의 연구.검토과정을 거쳐 "단일호봉 단일직급체계"로 전환했다.

또 직원들의 사기앙양과 생활안정화를 위한 복리후생제도와 각종
포상제도도 도입했는가 하면 독신자 숙소건설에 이어 올해에는 근로자와
가족들이 항상 이용할 수있는 콘도미니엄도 마련했다.

해외연수는 물론 휴가의 개념을 한차원 높인 "해외체험 리프레시휴가제"를
도입, 실시하고 있기도 한다.

노조측도 회사의 정책과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노사화합분위기조성에
발벗고 나섰다.

노조측은 송사장의 "안전에 관한 지적사항을 용서하면 부하를 잃는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지난 4월부터 사측과 공동으로 산업안전에 관한 재해추방
활동을 적극 펼치고있다.

이를 계기로 노사양측은 서로를 보완하는 수레의 양바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같은 노사양측의 노력에 따라 그동안의 대립과 반목을 말끔히 씻어내고
이 회사노사는 지난 1월 전남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노사화합과 협력선언식"
을 개최, 포스코그룹내의 가장 모범적인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92년 2백56억원에 불과했던 이 회사의 매출액이 지난해에는 5백
33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는 것은 이같은 사실을 반증해주는 것이다.

이 기간중 당기순이익도 7천만원에서 30억원정도로 늘어났다.

송사장은 "노사화합과 협력이라는 것은 결국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는데서 출발해 대화로 발전해 가는 것이 요체"라며 "우리
회사는 이미 안정된 노사관계가 정착됐다"고 자신감을 보인다.

신노사문화 정착에 기여한 포철기연의 박권주 전노조위원장(36)은
"우리 회사 근로자들은 고객만족과 일류기업을 향한 생산적 노사관계의
실현을 위해 한마음이 되어 실천해나가고 있다"고 자랑한다.

지난 8월 5일 새집행부를 맡게된 정민기위원장(34)도 "극한 대립과 갈등
이후 만들어진 노사협력이기 때문에 그 협력의 중요성을 새 노조집행부도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진정한 협력관계를 일궈나가기위해서는 노사가
대등한 관계에서 상호신뢰구축등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한다"고
강조한다.

< 광양=최수용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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