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욱 <동서경제연 책임연구원>

정부역할논쟁이 최근 산업연구원 주최 국제학술대회에서 다시 뜨겁게
떠올랐다.

정부주도 경제성장의 한계를 지적하며 정부역할의 축소를 주장하는
크루그먼교수와 동아시아의 정부개입 효율성을 지적하며 정부역할을
주장하는 암스덴교수등 참가자의 열띤 토론이 있었다.

정부역할론은 경제학파간의 오랜 논쟁거리지만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지난 30여년 동안의 연 8%이상에 달하는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에서
정부는 어떠한 역할을 하였으며 정부개입의 타당성은 어디에 있는가를
다시 살표보고자 한다.

슬로교수에 의해 소개된 외생적 성장이론은 각 생산요소의 한계생산체감의
법칙과 규모불변의 경제 가정하에서 경제초기 1인당 자본비율이 낮은
가난한 나라들은 다른 조건들이 일정하다고 가정할때 자본의 높은
한계생산력을 갖게 되어 이들 국가는 부유한 나라들에 비해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을 따라 잡아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이 비슷해 진다는 수렴화
현상을 제시한다.

또 이 이론에 의하면 경제의 장기 경제성장율이 기술진보률에 의해
결정되며 그값은 외생적으로 같은 수치로 주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가설은 각국의 국민소득수준 및 경제성장율의 격차를
현실적으로 설명할수가 없다.

한국을 비롯한 NICS들의 지속적이고 높은 경제성장률뿐만 아니라
선진국과 후진국간의 소득격차가 더욱 벌어짐을 설명할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60년대 초 소득수준이 한국과 비슷했거나 오히려 높았던 인도
필리핀 아르헨티나등이 왜 현 시점에서 낙후되어 있고 또 그 소득수준및
경제성장률이 차이가 나는가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이에 반하여 르머 루카스 배로교수등은 내생적 성장이론을 제시하며
지식과 인적 및 물적 자본을 모두 포함하는 재생산요소의 한계생산불변의
법칙을 가정하여 각국의 국민소득수준과 경제성장률이 수렴하지 않음을
증명하고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및 기술축적이나 인적자본 축적에 의한
생산의 외부효과도 경제성장의 주요 동인이 됨을 보였다.

그러므로 재생산요소의 투자율이나 기술진보가 경제주체의 행위나
정부의 경제정책,즉 조세및 보조금정책등에 의해서 영향을 받게 되어
1인당 경제성장율이 모델내부의 변수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한편 루카스교수는 외부효과가 있을 경우 자유경제원리하에서의
성장률은 비효율적인 시장에 의하여 최적화될수 없음을 보이고 정부계획
당국자의 정책개입이 시장경제하에서보다 성장률이 높음을 증명함으로써
정부개입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또한 배로교수는 조세에 의해 조달되는 정부지출이 생산요소로 투입되는
생산함수를 설정하고 경제성장률이 조세률에 영향을 받게 되어 재정정책이
경제성장률을 변화시킴을 보였다.

이러한 이론적 배경은 동아시아국가의 효율적인 정부개입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시현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 불가피한 규제만 선택운영하는
소극적인 정부가 아니라 WTO체제의 세계화 시대에 맞게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적극적인 정부역할을 필요로 하고 있다.

즉 우리자체의 기술개발투자를 늘리기 위해선 기업에 대한 보조금및
조세감면정책이 필요하며 정부.기업간 상호 공동연구추진,해외첨단기술기업
의 기술도입및 기업구매,해외시장개척등을 위한 정보제공및 재정적 지원등
정부역할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한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