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발전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전체의 생활수준을 풍요롭게 하며 더
나아가서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있는 것이다.

경제개발 33년간의 성장과정을 통해서 우리경제는 한강의 기적을
낳았으며 많은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어왔다.

우리경제는 지난 30여년간 연평균 8%이상의 높은 성장을 기록하여 금년중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초과하게 될 전망이며 전체 경제규모도 세계
11위 자리에 올라서게 된다.

그런데 광복 50년을 맞는 현시점에서 우리 삶의 질은 과연 어떤가.

최근 통계청이 조사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소득분배,보건의료(인구대비
의사수),교육(학생대비 교사수),사회보장,환경,물가수준등 생활수준의
질적인 면에서 세계수준에 크게 뒤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유엔개발계획(UNDP)이 공개한 95년도 인간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규모면에서 세계11위인 우리나라가 "인간개발지수"순위에서는
세계31위를 기록해 경제수준에 비해 크게 낙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세대를 거치면서 우리는 경제와 물질의 양적인 목적을 추구
하는데는 어느정도 성공했다고 볼수있다.

그러나 우리는 고도성장과정을 통해서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에 최고의
것, 최다의 것을 취득하는 것 만이 최우선 목표라는 그릇된 가치관을
형성하게 되었으며 이에대한 대가를 줄줄이 이어지는 대형사고의
발생이라는 형태로 지금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갤브레이스교수는 일찍이 미국사회에서 민간소비가 급속도로 증대되고
있는 가운데 공공서비스가 이를 뒤따르지 못하는 이른바 사회적 불균형에
대해 경고한바 있는데 오늘날의 한국에서도 이와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전체의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보건복지부의 예산규모는
총예산의 4%에 해당하는 미미한 수준이다.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의료보장개혁안이 폭넓은 연구 검토
끝에 지난 해 마련되었으나 예산부족으로 시행이 지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44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간암사망률에
있어서 한국이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구 10만명당 의사수는 117명으로
선진국들에 비하여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그동안 국가발전과정에서 소외되어 온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등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수준은 우리의 경제발전수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다.

과밀도시의 주택가 주변에서는 편하게 쉴 수 있는 공원이나 녹지대를
찾아보기 어려우며 주말의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자유와 권리마저
박탈당하고 있는 셈이다.

늘어나는 자동차 대수에 비하여 도로시설이나 주차시설은 태부족이어서
운전자는 물론 일반 보행자의 일상생활을 매우 불편하게 하고 있다.

더욱이 환경파괴와 공해문제는 아주 심각하다.

특히 서울의 아황산가스 농도는 세계의 선진국 주요 대도시들보다
3~5배나 높아 공해가 극심한 상태이다.

그뿐인가. 서울의 생필품 가격,특히 공산품 값이 세계 주요대도시에
비해 비싼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주거비 연료비 각종 서비스요금이 모두 그렇다고 한다.

다른 나라들보다 높은 물가수준은 결국 소비자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며 이는 생활수준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저해요인이 되는 것이다.

지난달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25년간의 장기발전전략을 제시할
"신경제 장기구상"을 수립키로 결정한 바 있다.

이 구상은 외형(양)과 내실(내실)을 겸비한 진정한 의미의 성숙한
선진국가를 실현해보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이 장기구상에서는 지난날과 같이 경제의 외형적 양적 지표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내실있는 경제,즉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원대하고도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제성장및 경제규모의 확대는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국민생활의 질적향상이 수반되지 않은 채 경제의 양적규모만으로
결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아울러 작은 제품 하나라도 알차게 만들고,작은 건물 교량 도로
하나라도 시간과 정성을 들여 견고하게 만드는 새로운 "질의 가치관"을
형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수준 이하인 우리의 질을 높여나가는데 정부 기업 가계등 모든
경제주체가 동반자의식을 가지고 참여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화합을 바탕으로 한 통일한국을 지향하는 "신경제"의
장기구상일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