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용어중에 "국민정서"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쌀을 싣고 간 배를 북한당국이 억류한데대해 국민정서를 고려해서 대북
강경책을 쓴다고 했다.

감정이란 말도 빈번하게 쓰인다.

가령 충청권의 지역감정때문에 당적을 옮길수밖에 없다고 한다.

정치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다분히 감정이요, 분위기이며 비리성백인 것이라
는 점을 필자도 인정한다.

하지만 참된 혹은 옳바른 정치란 그런 비이성적인 영향과 압력에 굴하지
않고 아니면 슬기롭게 헤쳐나가면서 바람직한 미래의 가치를 추구하는
이범과 의지의 행동이라 할수 있다.

인심은 조석변이라고 국민정서라는 것도 좀 심하게 말해 변덕이 주끓듯
한다.

실상 인심의 정체는 잘 알수가 없고,대중매체나 여론조사에서 근사치가
드러날뿐이다.

신문에서 연일 대문짝처럼 써대면 국민정서에 비추어 계획이나 정책을 조정
변경한다.

그래서 정책이 갈지자 걸음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는 민심을 얻으려는 온갖 잔꾀를 짜낸다.

선거제도의 약점이지만 다른 방도가 없으므로 선량 희망자들은 너나 없이
국민정서 지역감정에 호소하고 매달리게 된다.

정책이나 노선이 가면에 불과하다는 것은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

종전엔 이른바 군사독재 대 문민민주라든 도식이 대단히 유효했다.

결국 후자가 국민정서를 정치적 "에너지"로 전화하는데 성공했다.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국민정서가 산지사방으로 흩어진 것이다.

"적"이 사라지면 내분이 일어나는 원리대로.

국민정서의 상당부분이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문민민주"가 상기도 유효
하다고 생각한 과오를 범한 것이 지난번 선거의 패배였을 것이다.

악화된 국민정서 때문에 대북정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북한당국의 처사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대응책을 달리해야 하는 것이라야 옳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중매체들도 좀더 냉정하고 사려깊게 현상을 다루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헌데 사정은 비관적이다.

"비자금"사건을 조사하면서 검찰관계자는 국민이 믿어줄지 걱정이란 탄식을
했다한다.

검찰마저 진실이전에 국민정서부터 생각하는 모양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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