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현 < 증권부장 >


정부와 증권사가 "몸싸움"을 벌이면 어느쪽이 이길까.

또 뒷골목에서 이전투구를할 경우 그 결과는 어떻게 달라질까.

최근 재정경제원이 발표한 증권산업 개편안과 이후 증권회사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된다.

이번 금융산업 개편안은 사실상 증권회사의 투신업 진출방안이라고 할수
있다.

또 10대그룹계열 증권사들에대해서는 투신업에의 단독진출은 막아버린
점이 특징이라고 할만하다.

경재력집중현상을 막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생각할 수있다.

그룹계열 증권사에 대해서는 투신단독진출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정부방침은
보는 관점에 따라 찬반 양론이 있을 수있다.

경제력 집중현상의 방지라는 측면에서 보면 바람직한 일이라고 높은 점수를
줄수도 있지만 자본시장 개방에따라 곧 밀려올 외국 투신사들과의 경쟁력
측면에서는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토리 키재기식의 고만고만한 회사들만 다수 만들어 놓을 경우 개방이라는
격랑을 헤쳐나가기 어렵다고 지적, 비록 대기업그룹 계열사라고하더라도
선진외국의 일류증권사들과 싸워 이길 수있는 초일류회사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볼때 10대그룹계열 증권사에 대해서는 투신업에의 단독
진출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동안 증권사들이 계열기업의 지분안정이나 자금조달 창구로 이용되는
사례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 투신사가 이처럼 변칙적으로 운영될 경우 국가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훨씬 커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생각이 사실상 실효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경제력이 일부 대기업그룹에 집중되는 것을 막기위한 정부당국의 노력은
과거에도 여러번 있었지만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이번 증권산업 개편안에 포함된 10대그룹계열 증권회사의 투신업 단독진출
불허방침역시 비슷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10대그룹 계열 증권사들은 투신업에의 단독진출이 허용되지 않고 컨소시엄
을 구성할 경우에도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출자비율을 30%까지만 허용하겠다
는 것이 정부당국의 방침이지만 빠져 나갈 구멍은 얼마든지 찾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번거롭고 좀 귀찮은 일이기는 하지만 특수관계인에 포함되지 않는 그룹
계열사나 관계회사들을 동원할 경우 이같은 정부의 규제를 피해 나갈 수있는
방법을 찾기는 크게 어렵지 않다는 것이 증권사관계자들의 반응이다.

데이콤 주식의 인수경쟁에 나섰던 럭키그룹과 동양그룹이 국민생명(럭키
그룹)이나 레미콘업체(동양그룹)등을 동원해 제3자는 이들이 실제 확보한
지분을 파악하기조차 어려웠던 것처럼 이번 경우에도 이런 방법을 동원하면
해결방안을 의외로 쉽게 찾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오는 28일 공매가 이뤄질 교원공제회 소유 국민투신 주식 인수를
통해서도 10대그룹계열 증권사에는 투신단독진출 허용하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을 피해 나갈 수있다.

10그룹계열 증권사들은 대부분 국민투신 주식의 공개입찰에 적극 참여
하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국가경제나 우리 증시의 여건을 감안할때 꼭 막지않아도 된다면 10대그룹
계열사들의 투신 단독진출을 과감하게 허용할 수도 있지만 규제가 타당한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면 이같은 방침이 철저히 지켜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일부증권사들의 생각처럼 관계회사들을 동원한 그룹계열 증권사들의
투신업 단독진출이 사실상 이뤄질 경우 부작용을 부작용대로 나타나면서
정부정책의 신뢰성만 실추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방침이 철저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순수하게
증권사들로만 컨소시엄을 구성케하는등 관계회사를 동원한 편법적인 단독
진출은 이뤄질 수없도록 해야겠다.

겉으로는 그럴듯하지만 사실상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 엉성한 정책을 펴는
것은 정부가 편법과 술수를 오히려 조장하는 꼴이 될수도 있다.

자신이 마련한 엉성한 정책탓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뒷골목싸움에
휘말리고 또 결국은 기업체에 지고마는 우스운 꼴이 이젠 더이상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