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표식용유"로 주부들에게 친근한 동방유량은 지난 6월초 식품업계
최초로 무교섭 임금타결에 성공, 노사화합원년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타결된 인상률 11.0%는 지난 93년의 6.8%와 94년의 5.0%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대두와 옥수수가공,배합사료생산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동방유량은 최근
중국.인도산 사료가 대량으로 국내에 반입되면서 다소 어려운 시장환경에
놓여있는 형편이다.

임금협상에서 노조측이 백지위임장을 내민 것은 이같은 회사사정을
감안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회사측이 두자리수 인상률로 협상을 마무리한 것은 용단을내려준
노조에 대한 일종의 배려였다.

성순현상무는 "어려운 때일수록 종업원들의 근로의욕과 사기를 올려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회사 노사관계가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다.

서울 본사를 포함해 진해 인천 수원 안산등 4개지역에 공장을 두고있는
동방유량은 90년대 초까지만해도 종속적.대립적 노사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었다.

이 회사는 지난 91년 노사분규로 한차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사료산업의 특성상 먼지가 많은데다 작업장은 한증막을 방불하게할 정도로
근로조건도 열악한 편이어서 노사간 마찰의 소지가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노사양측은 94년을 "노사안정기반 구축의 해"로 설정하고 경영혁신운동을
공동으로 펼쳐나갔다.

장부웅대표는 "세계일류기업을 지향하면서 더이상 구태의연한 노사관계를
두고 볼 수 없었다"면서 노사간의 상호신뢰구축을 바탕으로 경영혁신운동을
추진하게됐다고 설명한다.

경영혁신운동의 뼈대는 인사제도혁신과 자기개발을 위한 제도시행이다.

1단계로 근로자들에게 5년주기로 시행해오던 신원보증제를 폐지하고
현장근로자들의각종 징계기록을 말소했다.

사원불만처리제도(EDS)와 차상위직급자에 고충을 털어놓는 "오픈 마인드"
(Open Mind)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팩시밀리와 우편을 통한 최고경영층과의
의사소통채널(FAP-LINE)을 가동했다.

안태환인사부장은 "구관행의 철폐와 상하간 의사소통채널의 확보는
사업장분위기를 현저하게 바꿔놓고있다"고 자평한다.

능력주의와 순환근무제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신인사제도도 만들어졌다.

종래 5급(반장)까지만 승진할수있었던 현장근로자들은 이제 1급(부장)까지
올라갈수있는 길이 열렸다.

인천공장 공모팀의 이승호씨(33)가 올해초 처음으로 4급(대리)로 승진
하면서 근로자들의 기대는 더욱 높아가고있다.

월평균 2만t의 사료를 생산하고있는 안산공장의 문도석씨(동력과 반장)는
"최근들어 현장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무더운 날씨에도 작업장은 의욕과
활기가 넘친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인사제도혁신과 함께 각종 교육기회의 확대도 근로자생활의 질을 높이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자리잡고있다.

동방유량은 올 상반기 "리프레시 휴가제도"도입에 따라 모범근로자를
대상으로 국내외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또 어학과 컴퓨터등 자기개발교육을 원하는 근로자에겐 교육비가 전액
지원되고있다.

노동조합도 바빠졌다.

김화중노조위원장은 회사측과 하루에도 수차례의 "티 타임"을 가진다.

월별 생산계획을 논의하고 작업현장의 개선사안을 건의하면서 인간적으로
교류한다.

그는 지난해 6월 동방유량으로 합병된 (주)풍진의 근로자였었다.

올해초 치러진 노조집행부 선거에서 진해 인천 수원공장등에서 출마한
후보자들을 제치고 위원장에 선출됐다.

동방유량 근로자가운데 누구도 그의 역량을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의 무교섭임금타결 솜씨는 결과적으로 기대이상의 임금인상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김위원장은 "근로자들에게 절대로 "미운 오리새끼"는 되지말라고 강조
한다"며 "앞으로 각지부장들과 꾸준한 협의를 거쳐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는데 주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수원공장의 경우 2천여만원을 들여 공장내에 대중사우나시설을
짓고있다.

작업을 마치고나면 땀과 먼지로 범벅된 근로자들의 편의를 위해서이다.

또 안산공장은 근로자 여가선용과 사내 체육활동을 활성화하기위해
공장인근공터에 축구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단기간에 무섭게 변하자"는 동방유량 식품사업부의 슬로건에 걸맞게
모든것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있다.

동방유량 노사양측은 이 여세를 몰아 올 가을에 전국사업장 임직원들이
모두 참여하는"노사 한마음대행진"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올해 무교섭임금타결로 노사화합원년을 기록하게된 것도 따지고보면
상호신뢰를 통해 새로운 노사관을 정립하기 위해 노사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기 때문이다.

홍일태 안산공장장은 평소 근로자들에게 "생산계획을 세우고 경영방침을
결정하는 최우선의 기준은 현장이다.

여러분들이야말로 우리 회사의 가장 소중한자산이다"고 강조한다.

동방유량의 변화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노사양측이 역동적
으로 참여하는 이같은 현장중심의 경영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안산=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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