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기 <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

최근 국내외 경제동향이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 무역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올해 연말까지 무역적자 예상치
80억달러를 훨씬 웃도는 200억달러내외가 될것이라고 무역협회는 예측하고
있다.

그런데도 원화는 계속 강세를 유지하여 앞으로도 평가절하될 전망이 보이지
않고 있어 무역수지적자폭의 축소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
된다.

더욱이 최근 엔화의 대미환율이 85엔대에서 91엔대로 절하되는 약세로
돌아선데다 연말을전후해서 100엔선까지 더 절하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
하다.

설상가상으로 미국경기가 금년 하반기부터 하강국면을 맞게되면 우리경제의
호황국면은 금년말이나 내년상반기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높다.

경기선행지표의 하나인 설비투자 증가율 추이는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즉 94년의 설비투자증가율은 전년대비 23.3%에 달했는데 금년 상반기엔
26.4%로 치솟았으나 하반기엔 15.7%로 떨어졌다가 내년엔 9.7%로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이처럼 국내경제의 호황국면이 반전될 상황변화와 더불어 최근엔 우려할
만한 몇가지 조짐이 우리경제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첫째 국내저축률이 투자율보다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92년의 국내투자율은 36.8%였는데 반하여 국내저축률은 34.9%에 그쳤고
94년의 경우 국내투자율은 36.1%였으나 국내저축률은 35.2%에 불과했다.

태국과 싱가포르의 경우(92년) 국내투자율은 40.2%, 40.8%였는데 반해
국내 저축율은 각각 35.0%, 47.0%였다.

국내투자율이 저축률보다 높다는것은 그 차이를 외자에 의존한다는 뜻이고
그 갭이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 외채의존도를 높여 나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절대로 바람직 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미국이나 호주등 대부분의 OECD(경제협력개발)회원국의 공통된 문제점은
국내저축률이 매우 낮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낮은 국내저축률로 94년의 경상수지적자는 1,560억달러였고
95년엔 1,780억달로 예측되어 세계최대의 채무국이 되었는데 당분간 이
상태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반해 일본은 높은 국내저축률로 1,300억달러의 경상수지흑자를 실현
하여 세계최대의 채권국이 되었는데 현재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1,600억달러
로 세계제1의 외환보유국이 되었다.

대개 2년에서 5년사이의 상환기간표시 미연방정부 재정증권을 일본이
매입한 규모는 금년 6월말 현재 2,120억달러로서 총외국인소유 재정증권의
26%에 달하고 있다.

둘째 과소비풍조가 만연하고 있어 건전한 국민경제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수입소비재중 생필품이 아닌 사치품의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보석및 귀금속 수입의 경우 94년엔 전년대비 8.6%증가에 그쳤으나 금년
1.4분기중 무려 26.4%나 증가했으며 모피제품은 94년엔 163.9%, 95년
1.4분기엔 152.6%가 각각 증가하였다.

유흥업소도 94년엔 93년대비 53% 증가한 2만8,200여개소로 늘어났고
경마장매출액이 94년엔 1조7,719억원에 달하여 93년대비 73.1%나 늘어났다.

금년 7월부터 실시된 부동산실명제와 내년부터 실시될 금융자산소득종합
과세로 국민들, 특히 중산층사이에 예금을 많이 할수록 국가에 세금으로
낼 돈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가진 돈을 예금대신 마음껏 쓰고 먹고 놀자는
잘못된 의식이 부지부식간에 널리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당국은 방관
하지 말고 이것을 저축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셋째 외환인플레의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

금년 7월1일부터 국내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투자허용범위를 종래의 12%
에서 15%로 확대하였는데 국내증권시장에서 단기매매차익을 노리고 들어오는
핫머니(국제투기성자금)가 많이 들어올수록 이러한 외환을 원화로 교환해
주기 위해 국내통화증발이 일어나면 총통화량(M2)증가로 인한 외환 인플레가
일어나기 쉽다.

최근 증권감독원발표에 의하면 지난 외국인 주식투자한도가 15%로 확대된
이후 7월말현재 1조2,287억원의 외국자금이 새로 우리주식을 사들여 외국인
보유주식의 싯가총액은 15조2,894억원으로 상장주식 전체 싯가총액의
10.74%를 차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식수로는 모두 6억7,060만주로 외국인보유주식은 전체 상장주식수의
9.09%에 달했다.

작년말로 97억달러 상당의 핫머니가 국내증권시장에 유입되었고 금년말까지
150억달러내외의 핫머니가 국내에 유입될 전망인데 이 핫머니를 원화로
교환해주는 과정에서 통화발행증가가 가져오는 외환인플레를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강화되어야 한다.

핫머니대거유입->통화증발->외환인플레->투기->고금리->기업자금조달난의
악순환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정금융정책과 외환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넷째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무시하고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일이
없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기술개발 경영혁신 신제품개발등 생산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고
부자가 되는 행위를 권장하고 칭찬 격려해 주어야할 정부당국이나 정치인들
이 마치 돈버는 행위자체를 부도덕한 행위로 보고 "앞으로 부동산이나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겠다"는 반자본주의적 발상으로 경제정책
을 펴나가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서울시민이 낸 세금인 1,600억원을 들여 앞으로 수십년 더 쓸수 있는 남산
외인아파트를 폭파한것은 경제논리 대신 정치논리에 입각한 정책결정이었다.

한국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주체세력은 기업이다.

대.중소기업이 투자마인드와 사업의욕을 북돋우어 주어 이들이 "사업하기가
가장 좋은 장소"가 한국이 되도록 정부당국은 경제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한국이 앞으로 경제선진국이 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명심하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