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이후 반세기 동안 우리경제의 성장역정은 세계에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케이스다.

보릿고래를 넘기기 어려웠던 나라가 이젠 선진국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
기구(OECD)에 가입하려고 문을 두드리고 있다.

물가가 크게 올라 수치를 비교한다는게 의미가 없기는 하지만 50년전과
비교하면 "기적"이란 표현이 과하지 않다.

수출액은 4천배, 국가재정은 5천배, 국민총생산(GNP)은 6천배 늘었다.

주식싯가총액은 1만5천배로 불었고 은행예금액은 무려 27만배로 팽창했다.

남달리 천연자원도 없고 쓸만한 땅덩이도 좁은 나라가 이렇게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기에 한국은 후발개도국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양적인 급성장의 이면에서 부문간 불균형과 부조리등이 함께 커오긴
했지만 최근들어 단행된 잇따른 개혁조치로 질적구조도 점차 개선돼 가는
추세다.

우선 외형의 성장을 보자.한나라 경제의 외형을 대표할 수 있는 지표인
GNP와 국민소득의 신장은 말그대로 상전벽해의 변화였다.

53년 당시 4백79억원(14억달러)이었던 GNP는 94년엔 3백2조8천6백70억원
(3천7백69억달러)으로 무려 6천3백23배가 늘었고 1인당 GNP는 67달러에서
무려 1백50배나 늘어 올해로 1만달러를 넘어서게 된다.

지난 52년 20원에 불과했던 국민 1인당 은행예금은 3백4만1천원으로 불었고
은행에 예금된 금융자산의 총규모는 5억원에서 1백35조1천9백억원으로
기하급수적인 증가세를 기록했다.

광복직후인 45년 5백만원(10만7천장)이었던 어음교환액은 작년에는 5천7백
81조원(8억9천8백60만장)으로 늘었다.

경제개발과 함께 줄줄이 설립된 기업체들이 공개됨으로써 증시 볼륨도
급팽창세를 보였다.

63년 당시 상장회사는 15개, 상장종목은 17개, 상장주식수는 3천2백만주,
상장주식 싯가총액은 1백억원.

이것이 94년에는 상장회사는 6백99개, 상장종목은 1천89개, 상장주식수는
68억8천50만주, 상장주식 싯가총액은 1백51조2천1백72억원으로 늘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정부의 돈 씀씀이 또한 그 규모가 커졌다.

53년 당시 중앙정부 세출규모는 GNP대비 4.8%인 1백19억원이었으나 94년
에는 64조4천5백75억원으로 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3%로 뛰었다.

국세징수액은 60년 2백95억원에서 작년엔 58조8천억원으로, 국민 1인당
담세액은 1천2백원에서 무려 1백32만3천원으로 늘었다.

복지비 지출이 세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2년 6.2%에서 94년에는 10.2%로
확대됐다.

대외교역의 신장세 역시 놀라울 정도다.

94년 현재와 48년 당시를 비교할때 수출은 2천2백30만달러에서 9백60억1천
3백20만달러로, 수입은 2억8백만달러에서 1천23억달러로 각각 늘었다.

수출품목이 다변화 고부가가치화되는 한편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품목도
생겨났다.

61년 전체 수출액에서 주요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위 철광석(13.0%)
2위 중석(12.6%) 3위 생사(6.7%) 4위 무연탄(5.8%)이었다.

94년에는 1위 전자전기기계(32.8%) 2위 섬유류(18.0%) 3위 화공품류(6.2%)
4위 철강제품류(5.8%)순이었다.

또 63년에 38개나라에 2백72개 품목이 수출됐으나 94년 현재는 2백16개국
7천6백48개품목으로 바뀌었다.

수입상품도 자연원료에서 시설재등으로 바뀌었다.

주요 수입품목은 61년 당시엔 양모 어패류 원면 광물성 원료였으나 94년
에는 일반기계 광물성원료 전자부품등의 순.

산업구조의 고도화 추세도 빠른 속도로 자리잡고 있다.

전산업에서 차지하는 제조업 비중은 부가가치 기준으로 해방직후 14.4%에서
94년에는 26.9%로, 제조업내 중화학 공업 비중은 28.6%에서 73.6%로 커졌다.

84년이후 전체수출에서 공산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95%로 나타나 선진국
수준의 산업구조에 접근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제 한국경제는 이같은 양적성장을 바탕으로 OECD가입에 이어 오는
2001년에는 세계8위, 2010년에는 세계7위의 부국대열에 들겠다는 청사진을
그려놓고 있다.

문제는 질적성숙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노사,가진자와 못가진자 간의 분균형을 해소하고 각
부문에 자율화 확대등으로 외형에 걸맞는 내실을 다지는 일이다.

이에 맞추어 국가의 역할이 재정립돼야하고 기업들의 경영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개개인의 의식구조가 대전환돼야 함은 물론이다.

< 박기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