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업자 해외출장을 자주 다니는 친구들로부터 공항에서의 여행자
휴대품 검사가 대폭 간소화되어 세관이 매우 좋아졌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이런 칭찬을 들을 때는 기분이 좋지만, 가끔 우리나라 여행자들의 호화
사치성, 퇴폐성 여행이 매스컴에 보도될 때면 마음이 무거워지고 이러한
여행자들에게는 세관의 친절도 한계가 있게 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작년부터 김포 김해 제주등 공항세관에는 좀 색다른 업무가 추가되었다.

세관에서는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하투놀이 자제안내서를 배포하고
출국시에는 화투를 공항에 보관토록 유도하고 있다.

물론 해외여행자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겨야 하겠지만 외국의 공항대합실
에서 고스톱을 치면서 떠들어대는 일부 몰지각한 여행자들때문에 부득이
세관이 나선 것이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후 거듭된 자제분위기 속에서도 아직까지 해외골프여행
이 줄지 않고 있고 해외로 가져나간 골프애 대신 유명브랜드의 고급 골프채
를 바꿔 들여오다 세관에서 자주 시비가 생기기도 한다.

여기서 우리는 여가문화의 현주소가 어디쯤에 와 있는가를 심각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해외까지 화투를 가져나가고 골프채를 메고 나가는 것은 우리의 여가활용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해외여행은 견문을 넓히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경험을 쌓을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잘못된 여가선택으로 값진 시간을 보내서야 되겠는가.

현대인의 바쁜 생활 가운데서도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차분히 자신을 생각
하고 주변을 정돈할수 있는 시간을 가질수도 있다.

아침에 세수하고 나서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어 보며 잠시 생각에
젖을수 있고 취침전에 두눈을 감고 하루를 반성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버트란드 러셀은 직관적인 것은 이성적인 것이 아니라고 했다.

유가가 있는 여름철은 쉬어가는 계절이 아니고 더 멀리 뛰기 위한 활력을
불어넣는 계절이어야 한다.

여름에 땀흘리는 과정이 없이는 어떻게 가을에 결실을 기대할수 있겠는가.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해외에서 해야할 일(go)과 하지 않아야 할 일(stop)을
구분할수 있는 지혜를 다같이 몸으로 실천해 보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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