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 독일에서의 국제상사 지점장생활을 마감하고 귀국했을 때다.

친구들은 그동안 내가 하도 소식이 없어 죽은줄 알았다면서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특히 보성고등학교 48회동기생들의 환영은 각별했다.

그후 그들과의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이들은 고등학교 당시 산악부활동을 하던 친구들 중심으로 모임을 이끌어
가고 있었는데 모임이름도 별도의 것이 없이 그냥 산우회다.

졸업할 당시 3개반에 1백50여명의 동기생이 있었는데 산행에 나오는
친구들은 약50여명에 이른다.

적극적으로 모임에 참여하는 인원은 약 20여명.

이중 리더격은 서울대 해양학과의 신재형교수와 대한임상병리학회의
이균영박사.

그러나 산행에서의 대장은 모 정보기관에 근무하는 김윤환이다.

그는 6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람보와 같은 괴력과 무서운
돌파력, 추진력을 발휘하며 우리들을 휘몰아친다.

우리들은 한달에 두번(첫째 둘째 일요일) 서울 근교의 산행을 하고
부정기적으로 셋째 넷째 일요일은 지방으로 원정을 간다.

내년엔 실크로드를 가 볼 예정이다.

그리고 봄.가을에는 부부동반산행을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도 마누라 눈치보는게 역력하다.

산행시 음식은 사오지 말고 반드시 마누라가 해 준 것으로 가지고와야
한다는 호기를 부리며 이 ''규약''을 만든 것으로 봐서 마누라앞에서 큰소리
치는 것 같지만 음식 먹을때 보면 그렇지 않다는게 드러나고 만다.

모두들 음식남기지 말고 깨끗이 먹어치워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이유인즉 남기고 가면 안사람의 ''호통''이 지엄할뿐만 아니라 다음에 다시는
안싸주기 때문이라는 것.

바꿔 말하면 맛있게 잘먹었다는 아부성 조치다.

우리모임에서는 마누라 욕하는 간큰 남자가 없다는 점도 특징이지만
산행중에는 절대 개인 비즈니스이야기, 특히 청탁이야기는 안하는게
불문율로 돼있다.

그래서 항상 순수한 마음으로 산행을 즐길수 있다.

자주 모이는 친구들의 면면을 소개하면 고형규변호사, 백남진 법제처연수
원장, 경찰청의 이동식, 사진담당의 이규형, 그리고 얼마전 작고한 전식군
등이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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