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중반 미국의 과학자들은 캘리포니아의 임페니얼계곡의 9,000평에
이르는 농지를 현지답사도 하지 않고 25종의 농작물이 재배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과학자들이 이와같이 농작물의 재배종류를 확인할수 있었던 것은 지구
자원탐사위성이 이 계곡의 920 상공을 통과하면서 찍은 사진 덕분이었다.

그런데 정찰인공위성은 그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다.

미국이 1972년부터 쏘아 올린 빅 버드라는 정찰위성은 500마일(약800km)
상공의 궤도에 머물면서 텔리비전 카메라로 지상의 사람과 자동차는 물론
1m이하의 크기를 가진 목표물까지도 선명하게 촬영하여 전송을 한다.

러시아 정찰위성의 경우에는 필요에 따라 궤도를 변경하여 원하는 지역을
정밀정찰하기도 한다.

미국이 60년 사모스(920A)정찰위성을 사상 최초로 발사함으로써 스파이
위성시대의 막을 열었다.

다른 나라의 군사 정치 경제등에 관한 갖가지 정보를 수집하는 정찰위성
이외에도 탄도탄의 발사나 핵 폭발을 감시하는 조기정보위성, 전파를 방청
하는 전자정보위성, 해양을 감시하는 레이다위성등이 스파이위성대열에
가세했다.

이들 스파이위성은 대기권밖에서 활동을 하기때문에 국제법상의 영공침해
라는 제약을 받지 않고 넓은 지역을 탐색할수 있는 잇점을 갖고 있다.

첨단광학기계와 전자장치를 갖추고 적국이나 가상적국의 군사 산업 교통
등의 상황을 정밀하게 촬영하는 전략정찰기의 한계성을 커버해 주는 새로운
창원의 스파이다.

이처럼 스파이위성이 발달된 세계에선 옛날과 같이 스파이를 적지에 들여
보내 원하는 목표물의 사진촬용을 하게 한다는 것은 퇴행적인 정보수집방법
이 될수 밖에 없다.

이번에 북한은 한국의 쌀수송선의 항해사가 "청진항 사진촬영"으로 정탐을
했다면서 선박과 선원들을 억류하고 있다.

북한 사회과학출판사가 펴낸 "조선말대사전"에 정탐을 "다른 나라에서
비밀로 밤고 있는 정보나 자료를 몰래 빼내서 알아내는 것"이라고 풀이해
놓은 것으로 미뤄 기념사진촬영을 스파이행위로 단정한것 같다.

더우기 그 사진이 정찰위성이 정보수집용으로 촬영한 것보다 상세할리
없고 청진항이 정보가치가 있는 군항도 아닌데다 지난 6월 쌀수송때의
기념사진촬영은 문제를 삼지 않았었다는 사실들로 유추해 볼때도 그네들의
저의가 딴데 있음을 쉽게 짐작할수 있다.

북한의 시대착오적인 생트집에 일방적인 인내가 아직도 필요한지 자문해
보지 않을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