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보험은 최근 주식시장에서 대단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초 주당 5천8백80원에 불과했던 이회사의 주가는 지난 7월13일
무려 2만원까지 치솟았다.

지금의 약세장에서도 1만7천원 안팎의 높은수준을 유지하고있다.

불과 넉달만에 주가가 세배이상 폭등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더욱이 이회사의 주식은 자본금의 전액잠식으로 지난 85년부터 관리대상
종목으로 편입돼있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놀라움은 더욱 컸다.

한국자보가 이처럼 주식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로 무엇보다도
노사관계의 안정을 꼽을 수 있다.

한국자보의 과거 노사관계는 한마디로 최악의 상태였다.

과거 국영기업시절 외부의 잦은 낙하산인사는 노사관계 악화의 불씨가
되었다.

83년 동부그룹이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에도 대립과 투쟁은 끊일 줄 몰랐다.

93년부터 2년간에 걸친 노사갈등은 장기농성, 시위, 고발사태로 절정을
이뤘다.

급기야 지난해초 "국회위증"사건으로 경영진이 구속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93년에는 누적적자가 1천8백억여원에 이르는 위기상황을 맞기도 했다.

박덕상이사는 "당시만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하다.

극심한 노사분규는 공신력이 생명인 보험회사의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가했다.

경영공백상태를 초래하면서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고 술회한다.

그러나 대립과 투쟁일변도의 노동조합활동에 일반조합원들은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는 의식이 회사내에 팽배하기 시작한것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조합원들은 지난해 4월말 노조집행부의 농성장을 찾아가
집행부의 태도를 성토하고 조합비운용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조합원들은 회사의 장래와 노조의 운영방침을 둘러싸고 연일 진지한 토론
을 벌여나갔다.

이같은 변화에 발맞춰 회사측도 지난해 8월부터 "나를 바꾸자! 미래를
바꾸자!"라는 캐치프레이즈아래 전사적으로 "혁신 96,도전 21"이란 주제의
경영혁신운동을 추진했다.

김택기사장은 "회사를 살릴수있는 계기를 만들고 이를 실천한 것은 일반
조합원들이었다.

이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경영혁신운동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것"이라고
강조한다.

한국자보는 혁신운동의 최우선과제를 고객만족에 두고 전임원과 부서장이
한달에 두번씩 현장근무를 하면서 고객과 직접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국 52개지점과 각부서별로 "혁신 실행위원회"를 설치, "사무실내
쓰레기통 없애기" "어린이날 미아방지 이름표 달아주기" "소년소녀가장
돕기" "자기변화 테마등록"등 전직원이 참여하는 혁신운동을 활발하게
벌여나갔다.

직원과 최고경영자를 직접 연결하는 팩스라인 "비전 2000"을 개설,
지금까지 5백86건의 각종 고충및 제안을 접수해 3백50건을 회사시책에
반영시켰다.

마침내 지난해12월 노조위원장 직접선거에서 투쟁일변도의 집행부는
불신임을 받아 물러나고 새로운 집행부가 탄생했다.

안형률 신임 노조위원장은 "이제 강경일변도의 정치투쟁의 시대는
끝났다"며 "회사가 발전해야 노조도 존립할수있는 만큼 앞으로 화이트
칼라에 맞는 합리적인 노조활동을 통해 건전한 노사관계의 전통을 세워
나가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힌다.

새로 들어선 집행부는 우선 노조전임간부를 4명에서 2명으로 줄이는
용단을 내렸다.

위원장을 포함, 2명으로도 사무개선활동을 통해 충분히 일할수있다는
자신감이었다.

새집행부는 올해 단체협상에서 이미 시행되고있던 퇴직금누진제를
없애버렸다.

퇴직금누진제는 현재도 많은 사업장 노조들이 관철을 위해애쓰는 제도
로서 노조가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는 전례가 드문 일이다.

이상돈노조 총무부장은 "퇴직금누진제 그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어려운 회사사정상 퇴직금누진제는 전체조합원들의 단기 임금
인상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해 철폐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한다.

전국 각지점별로 2명씩 구성토록 돼있는 "혁신위원제도"도 노사협력의
큰몫을 하고있다.

혁신위원의 80%이상은 노조대의원들로서 회사측과의 정보공유채널역할을
톡톡히 해내고있다.

노조의 회계감사로 일하고있으면서 전주지점 경영혁신리더로 활동하고있는
이강희대리는 "회사발전의 첨병으로서,조합원들을 위한 봉사자로서 보람과
긍지를 갖고 일한다"며 "혁신활동의 결실이 바로 직원들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실감하고난 뒤 혁신위원이 따로 필요없을 정도로 적극적인 분위기로
변했다"고 밝힌다.

요즘 한국자보를 찾는 고객들은 달라진 분위기를 한눈에 읽을 수 있다.

직원들은 자신감에 차있고 친절해졌으며 사무실환경도 산뜻하게 정돈되어
있다.

최종용인사팀장은 "금융기관으로서 깨끗한 이미지와 엄격한 도덕성을
유지해야한다는 공감대도 폭넓게 자리잡았다"고 설명한다.

한국자보는 지난 회계년도에 매출 1조원을 돌파하고 29억여원의 흑자를
올려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적자의 터널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을 마련했다.

한국자보는 이여세를 몰아 지난 시절의 어두운 기억을 청산하고 미래
지향적인 선진보험회사로 거듭나기위해 올해 10월부터 회사이름을
"동부화재"로 바꾸는 대변신을 모색하고있다.

노사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한 조합원들이 있기에 "동부화재"의 앞날은
무척밝아보인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