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제휴"가 기업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의 "전략적 경쟁"시대에서 협력의 접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제휴"
시대로 산업의 틀이 변화하고 있는 것.

"항공산업에서의 한.중동맹" "반도체 슈퍼파워간의 한.일제휴"
"멀티미디어분야에서의 한.미협력"등 전략적 제휴는 국적과 업종을 뛰어
넘어 전세계 기업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반자"로 맺어져 하룻밤새에 산업의 지도가
바뀌어진다.

성격이 전혀 다른 기업도 "필요성"만 인정되면 변화무쌍한 제휴관계로
새롭게 탄생한다.

기술의 발전속도가 빨라지고 융합이 가속화되는 이른바 "멀티기술시대"의
경영전략으로 "전략적 제휴"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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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7일 미국의 멀티미디어 타이틀 개발업체인 놀리지 어드벤처사와
CD롬 타이틀분야에서 상호협력키로 하는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양사는 이번 제휴를 통해 <>교육분야의 멀티미디어 타이틀 공동개발
<>놀리지 어드벤처사가 개발한 교육및 게임용 타이틀의 한글화와 국내시판에
합의했다.

양사가 이같은 제휴를 통해 노리는 바는 명확하다.

우선 삼성전자로선 멀티미디어 타이틀분야의 기술을 손쉽게 제공받을 수
있다.

놀리지 어드벤처사는 어떤가.

자사의 타이틀을 삼성전자 유통망을 통해 국내 시판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전략적 제휴의 목적은 이같이 "공존공생"에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제휴를 포함해 올들어 CD롬 분야에서만 생츄어리우드
루미나리아등 4개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나에게 없는 것을 상대방이 가지고 있다면 언제든지 손을 잡을 준비가 돼
있다"(삼성전자 김광호부회장)는 자세다.

한글과컴퓨터사는 최근 한국IBM과 주목할만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한컴"이 소프트웨어 개발기술을 제공하는 대신 한국IBM의 자본력을 지원
받기로 한 것.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같은 "전략적 제휴"는 최근의 추세에 비추어보면
오히려 평범한 사례다.

삼성전자는 지난 93년 말 미국의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러지사와
메모리반도체분야에서 상호기술교류및 시장공동개척을 위한 포괄적인 기술
협력관계를 체결했다.

당시 관심을 끈 것은 삼성전자의 제휴 파트너.

마이크론 테크놀러지사는 그간 국내 반도체업계가 미국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덤핑제소와 특허침해소송을 낸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IBM과 애플 모토롤라등 파워PC진영의 협력 역시 주목을 끈 전략적 제휴.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던 이들은 인텔 칩에 대항하기 위한 <>막대한 투자
재원 확보 <>위험분산을 목표로 전격적인 제휴관계에 들어갔다.

"타도 인텔"을 외쳤던 IBM은 그러나 올해 3월 인텔과 USB(유니버설 시리얼
버스)표준의 PC를 공동개발키로 "손"을 잡았다.

컴퓨터의 키보드나 마우스는 물론 모뎀 CD롬드라이브까지 동시에 작동시킬
수 있는 이 "표준화 프로젝트"엔 마이크로소프트 컴팩 DEC와 일본의 NEC
등도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1.0버전까지 개발돼 있다.

종으로 횡으로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제휴와 경쟁관계의 극명한 예다.

전세계적으로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자동차업계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는 일본미쓰비시와 자본참여 기술도입을 내용으로 한 제휴관계를
맺고 뉴그랜저를 공동개발했다.

기아자동차 역시 일본의 마쓰다(기술제휴) 미국의 포드(판매제휴)와 3각
체제의 복합제휴를 통해 후발업체로서의 핸디캡을 벗고 기업변신에 성공
했다.

국내 기업간의 전략적 제휴도 활발하다.

브라운관 업계의 맞수 LG전자와 삼성전관은 브라운관관련 기술특허 4천건을
상호 공유하고 있다.

가전3사는 아남전자와 공동으로 한국형 예약녹화시스템인 "바로K"VTR를
개발중이며 국책과제인 HD(고선명)TV 개발에도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제휴가 "국지적"이 아니라 "전면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제휴의 물결은 이제 더이상 피할 수 없는 산업의 신조류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등 첨단 산업일수록 전략적 제휴의 빈도는 잦고 형태도
다양하다.

"기술백가쟁명"의 시대에 독불장군으로 남아 있기란 애당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략적 제휴의 기본철학은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공존공생하자"는 이른바
"윈윈(Win Win)전략"(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의 전략적 제휴론).

"전면 경쟁"이 아닌 "선택적 경쟁"의 시대, "제로섬(Zero Sum)경쟁"이 아닌
"플러스섬(Plus Sum)경쟁"의 시대가 낳은 경영전략인 셈이다.

<이의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