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은 사회의 부패구조와 병리현상을 척결해 국민들로 하여금 진취적
희망을 갖게 한다.

국민이 문민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해 대대적인 지지를 보낸 것은 바로
이러한 사회정화기능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2년여 동안 추진해온 개혁은 기대와 거리가 멀었다.

정치적 실적이나 사정용으로 개혁을 추진,당사자들의 자위이외에는
아무도 만족을 느끼지 못했다.

6.27지방선거에서 민자당의 패배가 이를 증명해 주었다.

개혁은 제대로 추진하지 못할 경우 좌절과 무력감이란 사회적 대가를
요구한다.

우리 사회는 이미 이러한 대가를 치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교량붕괴 가스폭발 백화점붕괴등 꼬리를 무는 참사로 실로 앞이
암담한 심경이다.

나라가 어려움에 처할 때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는
약자가 된다.

김영삼대통령은 하계휴가기간동안 새로운 국정운영구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를 붕괴위기에서 벗어나게 하고 희망을 주는 새로운 개혁정책을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국민들은 이번만큼은 또다른 실망으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단서까지 붙여놓고 있다.

향후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기본조건으로 설정한 것이
정치적 이익차원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차원에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민자당이 지방선거후 개혁의 보완을 들고 나온 것은 일부 기득권층을
끌어안으려는 정치계산에서 나온 것으로 볼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논리는 당연히 불식되어야 한다.

국정이 일부 계층을 위한 정치논리의 지배를 받을 경우 나라는 혼돈과
무질서에 빠진다.

과거 2년동안 정부의 개혁이 기득권층의 이익을 집중보호했다는
인식이 민심이반의 주요원인으로 작용했다.

또다시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개혁이 보완된다면 이는 과거의 오류를
다시 범하는 것이다.

실로 이번에는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한 순수 개혁정책이 나와야
한다.

여기서 특히 중요시해야 할 것은 "개혁추진 변화 없다"라는 단순한
의지표명의 반복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점이다.

보다 전향적으로 개혁의 본질을 회복시켜 과감한 사회변혁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면 향후 경제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해야 하는가.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국민들이 갖는 큰 불만은 부정비리 척결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와관련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보완조치가 예금 비밀보장 제도의
개선이다.

금융실명제가 지나친 예금 비밀보호로 사실상 부패와 비리의 보호막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행 비밀보호규정은 금융기관과의 거래사실을 비밀보호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금융거래조사에 의한 불법비리의 제거는 봉쇄된 셈이다.

일반국민의 사생활을 보호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비밀보장규정의
기본원칙은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엄연한 범법사실의 혐의가 있는 경우 국회의 국정감사는 물론
금융감독기관 감사원등 공적 사정기관의 감독과 사정활동에 필요한
금융거래내용은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융실명제의 실시에도 불구하고 변칙적인 금융거래와 지하경제비리가
계속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 또한 국민의 불만이다.

이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은 차명 도명이 금융기관의 묵인 내지 주선
아래 여전히 허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칙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으로 금융기관을 통하는 모든
차명 도명거래를 불법화하고 위반시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거래자에게도
엄한 벌칙을 과해야 한다.

부동산관련세제 역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실명제를 기반으로 실제로 투기를 막고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수단은 세제이다.

우리나라 부동산세제에서 기본적으로 문제되는 것이 세금의 종류가
다양하고 각 세금마다 예외조항이 많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특히 문제가 된 것이 세무비리인데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면
비정상일 만큼 납세자와 세무공무원간의 유착비리가 많다.

부동산 세제개혁의 기본틀은 관련세제를 종합화시켜 단순한 보유세
중심체제로 바꾸고 각종 조세감면규정을 철폐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과표현실화와 완벽한 세정전산화가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말 경제부처중심으로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그러나 정부조직개편은 통화정책에 관한 권한을 그대로 정부부처에
귀속시켰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통화금융정책의 정치적 희생을 막고 경제안정성장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중앙은행독립은 정부조직개편의 핵심요소가 되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조직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중앙은행독립을
제외시켰다.

이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돈줄을 놓을 수 없다는 관료주의적 기득권이
작용한 것으로 볼수 있다.

연초 중앙은행 독립을 위한 1,000여 명의 경제학자들의 서명이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 관료주의 무력 앞에 물거품이 되었다.

6.27지방선거에서 최대 패배자는 정치도 잃고 개혁도 잃은 국민이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출범으로 생존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대통령은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신선한 비전과 희망을 주고 나라를 살리는
개혁의 단안을 내려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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