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폴리에틸렌)파이프 생산업체인 지주의 김포공장 안에 있는 검도장
"지혼관".

아침 7시부터 기합소리가 요란하다.

20여명의 사원들이 휘두르는 죽도가 새벽공기를 가른다.

왜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검도를 익히는데 땀을 쏟을까.

이 회사에선 대리에서 과장으로 올라가려면 필수적으로 검도 초단을 따야
한다.

지주가 검도를 회사 경영에 접목시키고 있는 것은 이국로사장(49)의 특이한
경력과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사장은 "사나이라면 검도는 꼭 갖춰야 할 덕목중의 하나"라고 주장한다.

그도 그럴것이 이사장 자신이 검도 6단으로 국가대표 선수를 지낸 인물
이다.

이 회사의 총 종업원은 70여명.이들중 검도 유단자는 전체의 3분의1을 넘는
25명이나 된다.

지혼관에서 사원들과 스스럼없이 대련을 벌이는 이사장은 "아마 우리나라
에서 사원이 막대기(죽도)로 사장의 머리를 두들겨 팰수 있는 회사는 지주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노사간에 쌓인 스트레스도 검도대련으로 쉽게 풀릴수 있다는게 이사장의
주장.

어쨌든 이 회사가 검도의 정신을 기업경영에 적용하고 있는 것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예의 정신이다.

실제로 지주는 검도에서 터득한 례의 정신을 투철히 지켜 사내 상하간및
거래기업과의 예가 두텁기로 유명하다.

둘째는 수직정신이다.

이것은 검도에서 가장 빠른 시간에 가장 짧은 거리로 공격하는 정신을
뜻한다.

수직정신은 이 회사의 상호에서부터 나타난다.

지주란 "거미"의 한자어.

거미는 수직 또는 직선으로 공격한다.

희생정신과 의리에도 남다르다.

지주는 례의 정신과 수직정신이 투철한 사원에게는 "블랙 스파이더"(검은
거미)란 칭호를 준다.

블랙 스파이더는 5년이상 근무한 경력자중 전사원의 투표에 의해 뽑힌다.

만장일치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만큼 선정되기는 쉽지 않다.

현재 블랙 스파이더는 모두 4명.

블랙 스파이더가 된 사람에겐 상금조로 일단 500만원어치의 주식이 분배
된다.

블랙 스파이더는 어떤 잘못이 있어도 회사에서 쫓아낼수 없다.

언제든 회사를 그만둘수 있되 마음대로 회사에 다시 들어올수도 있다.

자식이나 손자는 아무런 심사없이 지주에 취직할수 있다.

검도로 맺은 의리를 퇴직자와 후손에까지 이어가겠다는 것.

< 이치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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