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경제생활에서 기본이 되는 몇가지 주요 가격이 있다.

노동의 가격인 임금, 자본의 가격인 금리, 그리고 국내 통화의 해외통화에
대한 상대가격인 환율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금리는 자본의 현재가치와 미래가치에 대한 상대가격이기도 하다.

이러한 가격들은 한 나라의 경제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요인들(economic
fundamentals)에 의하여 결정되어지며 동시에 그 나라의 경제활동및 경기
변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임금은 단기적으로 노동시장의 수급상황및 노사관계, 그리고 장기적으로
그 나라의 소득수준에 의하여 결정된다.

환율은 교역대상이 되는 자국의 상품및 서비스의 국제경쟁력과 경상수지의
폭, 그리고 국내통화와 해외통화의 상대적인 구매력 등으로 결정된다.

물론 이들 가격수준을 정하는 공식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흔히 적정임금 적정환율이라고 얘기하지만 어느 수준이 과연 적정한
것이냐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수 있다.

가령 일본의 대미환율이 현재 적정수준인지 아닌지를 판단할때 이를 경상
수지 흑자의 폭으로 보면 아직도 저평가 되었다고 볼수 있다.

반면 구매력을 기준으로 보면 턱도 없이 고평가되어 있다고 할수 있다.

임금도 마찬가지이다.

대개 임금상승률은 노동생산성 향상과 같은 수준의 상승률이 적정수준
이라고 할수 있으나 임금의 절대액은 같은 소득수준의 국가간에도 상당폭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노동참여율 인구구성 산업구조 노사관계등에 따라 노동에 대한 대가가
달라질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현재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대만이나 싱가포르에 비해 현저
하게 낮지만 근로자의 평균임금이 이들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에 있다.

금리수준은 어떻게 결정이 되는가.

적정금리라는 것이 있는가.

이 역시 쉽지 않은 질문이다.

경제학에서는 금리가 경제성장률과 일치할때 경제가 장기적으로 균형을
이루며 이것을 소위 황금률이라고 부르고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성장률은 실질성장률이고 금리도 따라서 실질금리가
되겠다.

단기 금리는 통화기조와 자금시장의 수급상황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현재 우리나라의 시장금리는 약 연 14%대에 머물러 있다.

금년도 실질성장률이 9%를 상회하고 인플레가 약 5%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는 것과 비추어 볼때 현재의 금리는 적정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할수 있을 것이다.

작년에 비해 금리가 약 2%포인트가 올랐는데 이도 역시 성장률이 작년에
비해 약 1~2%포인트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될만하다.

따라서 현재 해외금리에 비해 상당히 높은 국내금리는 우리경제의 실질
성장률, 그리고 인플레수준에 비추어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갈수 있다.

경제성장률이 높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본에 대한 수익성이 높다는
것이고 따라서 성장률이 높은 나라에서는 자연히 금리가 높을수 밖에 없다.

인플레가 높은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성장률이 낮더라도 재정.통화정책이 방만하여 인플레가 높은 나라는 자본
투자에 대한 명목수익이 높으므로 명목금리가 높게 책정이 된다.

우리나라의 금리가 해외보다 훨씬 높으니까 자본시장을 개방하여 해외자본
이 자유롭게 드나들게 하면 국내금리가 내려갈 것이 아니냐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될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그렇게 순탄하지도 또한 꼭 바람직하지도
않을수 있다.

우선 장기적으로 국내금리와 해외금리가 접근해 나간다는 것은 그만큼 그
기간동안 해외자본이 국내로 유입되어 들어와 자본의 한계투자수익률이
하락해 나간다는 것을 뜻하며 이는 다시 경제성장률이 낮아져야 함을 의미
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들과 비슷한 금리수준을 갖게 될때에는 우리도 이미 그
나라들과 비슷한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갖게 되었을때 가능하게 될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꼭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을수 있다.

또한 해외자본이 유입되는 과정에서 국내통화가 대폭 증발할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내통화관리를 위해 국내여신을 긴축하게 되면 자본시장
의 개방에도 불구하고 국내금리는 여전히 높을수 있다.

따라서 자본개방을 통하여 국내금리가 국제금리수준으로 접근해 나가기
까지에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게 될것이다.

또한 자본시장이 개방된다고 해서 국내금리와 국제금리가 반드시 같은
수준으로 접근해 가게 되는 것도 아니다.

자본시장이 거의 완전히 개방되어 있는 영국 미국 일본 독일 스웨덴등의
국내금리가 여전히 상당히 다른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설명될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