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까지 이틀동안 워싱턴에서 열렸던 한.미간 담배양허록
개정협상이 미측의 무성의한 태도로 아무 성과없이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행여나" 하고 한가닥 걸어보았던 기대가 "역시나"로 무산되고 만
것이다.

워싱턴회담 개막에 앞서 문제의 담배양허록이 지닌 명백한 불평등
협약으로서의 부당성을 들어 반드시 수정돼야 마땅하다는 주장을 편바
있는 본란은 협상결과에 크게 실망하면서 유감스러운 심정을 금하기
어렵다.

이 비망록에서 무엇이 잘못돼 있고 왜 그것을 바로 잡지 않으면
안되는가에 관해서는 새삼 또 중언부언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이미 널리 알려진 내용일 뿐아니라 자꾸만 입에 올리는것 부터가
창피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부터 어떻게해야 할것인지,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할는지에 관해 얘기하고 싶을 따름이다.

우선 조속한 시일내에 재협상기회를 가질 것과 어떤 내용으로든
전향적인 타협점을 찾아내줄것을 한.미 두나라 정부에 간곡히 당부한다.

8월중에 한차례 더 회담을 갖기로 했다는 전언일뿐 언제 어디서 할
예정이라는 분명한 언급은 없다.

따라서 재회동자체가 현재로서는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먼저 회담일정을
조속히 잡아야하고 다음은 미국의 성의있는 협상자세가 중요하다.

몇몇 자국 담배회사에 불이익이 생길지 모른다는 구실을 내세워 관세도
아닌 내국세 손질에 제동을 걸고 광고의 부분 규제방침을 한마디로
안된다고 버티는 태도는 아무리 우리 정부가 88서울올림픽 개최준비에
"정신이 나가" 서명한 외교문서상의 약속이기로서니 미국의 도덕성을
의심케 만든다.

우리 정부는 이 문제를 결코 사소한 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어떻게든 미국을 설복시켜 당장이 아니면 단계적 점진적으로라도 개정을
관철시켜야 한다.

미국의 완강한 태도에 눌려 지레 포기해서는 안된다.

오는 9월1일 발효예정인 국민건강진흥법의 일부 상충규정 시행을 보류할
경과규정 얘기까지 나돌아 과연 정부가 얼마만큼 굳은 결의와 소신을 갖고
재협상에 임할지가 지금오서는 의심된다.

다음은 미국측이 종내 성의를 보이지않을 경우에 대비해서 우리가
취할수 있는 선택도 극히 제한적이긴 하겠지만 미리 생각해둘 필요가
있다.

첫째는 우리가 스스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광고규제와 소비세제개편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 취할 보복조치를 감수할 각오로 한다.

이런 각오에 국민은 지지를 보내리라 믿는다.

다음으로 시민단체나 일반국민의 자발적인 불매운동은 할수만 있다면
훨씬 효과적이다.

미국에서 한갑에 2,000원하는 담배를 한국에선 계속 반값에 팔겠다고
고집하는 처사에 미국자신의 반성은 물론 우리 국민도 뭔가 느끼는바가
있어야 한다.

외제담배의 50%이상을 일제 마일드세븐이 점유한 현실에는 또다른
각도의 자성이 요망된다.

자칫 국민감정을 촉발할 위험마저 없지않은 담배비망록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다시한번 촉구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