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열 <서강대교수/증권경제연구원장>

선물.옵션등 파생상품은 국제금융시장에서 보편화된 상품이기 때문에
국경의 개념이 없어진 금융시장 세계화를 추구하는 이 시점에서 파생상품
의 도입타당성 여부를 논한다는것은 진부하고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초래할 뿐이다.

도입하되 어떻게 국내금융.자본시장에 주는 충격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국가경제에 순기능을 극대화할 것이냐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4~5년동안 과연 우리는 선물시장 도입후에 나타날지도
모르는 부작용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감독체계는 어떻게 갖추어야 하고,
거래에 따른 하부구조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정비할 것이냐를 관계당국이나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얼마나 준비해 왔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오히려 보기에 따라서는 관계기관간 힘의 대결,업계간의 밥그릇 싸움,
학자들간의 권익 추구 양상으로 비쳐지는 비생산적인 논의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는지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선물은 선물이다"는 일부의 주장은 최소한 주식관련선물에서 본다면
주식등 증권의 논리와 증권시장의 특성등을 너무 도외시한 주장으로
보여진다.

현물시장없는 선물시장은 있을수 없다.

즉 위험을 해지하기 위해 선물시장을 도입하여야 한다는 주장과도 정면
배치된 내용이다.

주식관련 파생상품의 경우 여타상품과는 성격이 판이해 투자자보호
불공정거래방지및 투기거래의 부작용 최소화등을 위해 시장관리
규제감독이 반드시 일원화돼 한다.

파생상품시장에서 현물시장과 선물시장간의 유기적인 감독이 이루어지지
않은 결과 300여년 역사를 지닌 베어링은행이 파산하고 국제금융시장에
큰 파문을 일으켰던 역사적 교훈을 소홀히 다뤄서는 안될 것이다.

미국에서의 블랙 먼데이이후 심각하게 논의되었고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SEC와 CFTC간의 통합논의는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해 주는가.

최근 개설된 주식관련 파생상품시장에서 현물과 선물이 엄격히 구분
관리되는 나라가 얼마나 있는가.

선진국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피해가지 않고 왜 우리는 겪으려 하는가하는
점이다.

지난 93년 정기국회에서 증권거래법을 개정할 당시 많은 논의끝에
앞에서 거론된 사항을 감안해 주가지수등 주식에 관련된 파생상품은
현물시장과 선물시장의 불가분의 관계 특성때문에 "증권거래법 제2조2"에
그 법적근거를 마련했다.

그 법정신에 따라 우선 주가지수 선물시장은 96년초에 그리고 주가지수
옵션시장은 97년에 개설할 예정으로 관계기관이 착실히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안다.

가장 최근의 효율적인 방안이라는 정책결정아래 개정된 법체계하에서
개설 운영되어도 그다지 큰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는 내용을 새로운
선물거래법에 포함시키려고 무리하게 시도함으로써 시급히 준비해야할
선물거래 시스템구축과 감독체계정비에 혼선만 가중시키고 힘을 분산
시키고 있는 느낌이다.

이는 선진금융기법도입을 통한 국내금융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니다.

선물등 파생상품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내용대로 순기능만 발휘하는
것은 아니며 주의를 기울여야할 역기능도 많이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행법대로 시행해 보고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보완차원에서
새로운 법제정내지 개정을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보여진다.

만약 현행 증권거래법중 주가지수선물등 파생상품관련 조항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으로 통합시키는 것이 타당하다면 93년말 법개정 추진에
직.간접으로 참여했던 모든 이해당사자들에게 주식선물 옵션시장을
증권거래법으로 개설하면 안되고 선물거래법으로 개설해야만 하도록
상황이 왜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납득할만한 해명이 선행돼야할
것이다.

외국 선물시장에서는 전체 선물거래중에서 주가지수선물의 거래규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으나 우리나라 상품시장이나 금리자유화수준
외환시장규모등 금융시장여건하에서는 금리와 외환등 금융선물과
상품선물의 거래규모는 몇년이내에 그다지 확대될것 같지는 않으며
주가지수선물만이 그런대로 거래가 형성되리란 것이 학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선물거래법제정에 의한 선물거래소 설립은 시장성있는 상품 부족으로
인해 적자가 예상되며 이의 해결을 정책적으로 배려할 경우 자칫
선물시장을 투기장화할 위험이 매우 높다.

복수거래소를 주장하는 이가 있으나 이는 경쟁에 의한 효율성 증가보다는
선물시장의 불안정성과 파산의 가능성만 높일 위험이 있다.

공정거래소의 파산이 전체 금융시장및 국가경제에 줄 충격은 이루
형언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거래가 활성화할 전망도 보이지 않는 여타 선물상품을 위하여
선물거래법 제정을 서두르기 보다는 현재 증권거래법에 의해 주가지수선물
내지 옵션을 거래해 본후 문제점이 발견되면 이를 보완하고 법제정의
필요성이 생길때 파생상품거래법을 제정하는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파생상품자체를 광의의 증권으로 본다면 현행 증권거래법체계하에서도
주가지수선물 이외의 여타 파생상품을 거래시킬수 있다는것도 한번쯤
고려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