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원하든 원하지 않든 꿈을 꾼다.

이것은 상상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상상력이란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상상력을 창조로 연결시켜 구체화시킨다.

언어와 예술작품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것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것이다.

인간의 상상력을 두드러지게 하는 것은 언어보다는 예술작품이다.

시 소설 그림 조작 등 여러 갈래의 장르가 있지만 그것들 가운데서도
상상력의 극치를 이루는 것은 그림 조각등 미술작품들이다.

시나 소설은 언어의 한계성때문에 인간의 상상력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림이나 조각은 어떤 제약도 받지 않은채 재료에 형태를 부여해
가면서 상상력을 하나의 작품으로 실현시킨다.

작가 자신들조차도 그것이 완성될 때까지는 그가 무엇을 창조해 내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후세에 남겨진 작품들이 모두가 가치있고 잘 된 것이라고 할수는
없다.

같은 작가가 그린 그림들일지라도 상상력과 창조성의 합치 여부에 따라
명화가 되기로 하고 졸작이 되기도 한다.

레오나르도 라빈치의 많은 그림들중에서 "모나리자"가 줄곧 명성을 누리고
사랑을 받아온 것도 그때문이다.

최근 옛총독부건물 철거현장의 가림막용으로 국내최대 설치미술작품
(3.250제곱미터 가로130m 세로25m)이 제작되었다고 한다.

열명의 젊은 작가들이 청동기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대표적인
민족문화유산과 유물의 밑그림을 그리고 마무리 채색작업에는 광복회회원
45명과 초.중.고생등 100여명이 참여했다는 것이다.

이 미술품 제작과정은 세계최대의 그림인 "웃는 얼굴"(6,727.56제곱미터)
의 그것을 연상케 한다.

호주의 화가인 켄돈이 디자인을 하고 롭대학 학생들이 뉴잉글랜드지역의
어린이들과 이웃지역 대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그린 것으로 사각형의 밝게
채색된 그립들 위에 화면의 3분의2를 채운 커다란 "웃는 얼굴"이 포개져
있다.

이 작품이 1990년5월10일 뉴일글랜드대학에서 전시되었을 때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번에 제작된 정치미술작품의 "웃는 얼굴"에 비해 규모가 훨씬 뒤지는
것이긴 하지만 한국의 미술품제작사에 새로운 기록을 세운 것만은 확실하다.

그런데 설치미술작품의 성격이 그렇다하더라도 그것이 작가의 상상력과
창조성이 투영된 영구보존용 작품으로 제작되었더라면 그 의미를 더욱 깊게
했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