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7일 서울 잠실에 연건평 2천8백평의 초대형 매장 오픈. 7월8일엔
울산점 개장. 8월중 인천점과 영등포점을 개점할 예정"

지난 90년 12월 부산 범일동에서 5평 매장으로 출발한 세진펌퓨터랜드가
최근 보이고 있는 행보다.

이 회사가 지난 7월 한달 동안에 전국 5개 매장에서 올린 매출 추정액은
약 1백80억원.

지난 93년말 24억원에 비해 7.5배나 늘어났다.

웬만한 중견PC업체들의 연간매출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진의 계획으로 보면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올해 말까지 전국에 19개 매장을 세워 월평균 1천억원의 매출을 달성
하겠다"(세진컴퓨터랜드 한상수사장).

지난 1월 대구점 오픈을 시작으로 1년동안 전국 19개 매장을 세운다는
"전국평정 시나리오"의 전반부에 불과하다는 것.

세진이 계획대로 사업을 확장할 경우 올해말쯤엔 연간 매출로 환산해
1조원규모의 회사가 된다.

지난 63년에 설립된 신세계백화점이 작년에야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사건"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삼성전자 삼보컴퓨터등 내로라하는 대형 메이커마저 긴장시키고 있는
세진파워.

D그룹지원설 종교단체자금유입설등 갖가지 설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는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업계는 그 답의 상당부분을 "3개월짜리어음"과 "광고물량작전"에서 찾고
있다.

세진컴퓨터는 전체 매출물량중 80%가량은 자체브랜드로 판매한다.

용산전자상가등 중소 부품업체로 부터 부품을 납품받아 자체 조립한 제품
이다.

나머지 20%는 대우등 일반업체의 제품이다.

세진은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들에 지급하는 물품대를 어음으로 결제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의 완제품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3개월짜리다.

경우에 따라서는 5개월짜리도 있다.

"납품업체에서 외상으로 물건을 떼어와 고스란히 현금으로 되파니까 점포를
신규 개설한 뒤 3개월정도만 운영하면 평균 3-4백억원은 내 손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된다"(한사장).

어음활용 자금동원이라는 위험한 전략을 뒤에서 받쳐주는 것은 "광고
작전".

이 회사의 지난 6월 광고비는 28억원이다.

현대자동차의 상반기 월평균 광고비 30억원과 맞먹는 액수다.

매출규모에 비해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광고비 지출에 대한
세진측의 설명은 명확하다.

"유통업체에서 광고란 R&D(연구개발)투자와 똑 같은 개념"(한사장).

제조업체가 기술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듯 유통업체는 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세진의 돌진은 출범후 줄곧 활용해온 "가격차별화 정책"
을 더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시작됐다.

이 회사 설립초기인 지난 90년대 초반은 국내 유통업계의 PC 1대당 평균
마진이 30-40만원에 달했다.

세진은 당시 10만원 미만의 마진율을 고수하는 박리다매로 뿌리를 내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가격파괴"바람이 불면서 이같은 전략으로는 더이상
차별성을 갖기 힘들어졌다.

현재 세진의 매장에서 팔리는 제품중 다른 양판점보다 비싼 상품도 없지
않다는 것이 이같은 사실을 증명한다.

저가전략이 벽에 부딪치자 그 대안으로 찾아낸 "어음전법"이 기대이상의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얘기다.

"막강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가진 대형 전자업체들의 공세에 밀리지 않기
위해 어음자금동원과 광고물랑작전이라는 비상수단을 채용한 것"(용산전자
상가 S상사 P사장)는 업계의 시각도 같은 맥락이다.

세진의 이같은 경영기법에 대한 평가는 여러갈래다.

기술과 자금없이 무리한 사업확장을 하고 있다는 비난섞인 이야기도 있고
침체에 빠진 국내 PC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는 찬사도 있다.

그러나 공통된 것은 "위험한 게임"이라는 지적이다.

그 근거는 이렇다.

현재 이 회사의 월 평균 매출액 1백80억원이다.

평균 마진율은 약 20%니까 한달에 36억원정도의 이익을 내고 있다.

이익을 제외한 나머지 1백44억원은 남의 돈이다.

이 돈을 3개월 회전할 경우 약 약 4백억원을 운용하는 셈이다.

제품 판매에서 떨어지는 이익과 4백억원을 은행이자로 계산할 경우 발생
하는 금리이익 월 4억원을 합해도 매달 떨어지는 돈은 40억원 안팎이다.

이 비용으로 광고비 인건비 건물임대비등을 모두 충당해야 한다.

게다가 3개월단위로 돌아올 어음까지 결제한다는 결론이다.

불경기등으로 매출계획이 조금만 빚나가도 회복불능의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외부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분명하다"는 업계 일각의 주장은 이래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세진의 생각은 다르다.

다른 회사 제품을 포함한 무상수리 서비스와 컴퓨터 무료교육 등 다른
판매점과의 질적인 차별화를 통해 영업기반을 탄탄히 다져나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다 연말께 월 매출 1천억원을 달성하면 "규모의 경제"가 실현돼
안정권에 접어든다는 설명이다.

세진의 파죽지세와 같은 돌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

<조주현.김승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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