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노사관계를 통한 꿈의 공장건설" 지난 반세기 화장품과 향수로
우리나라 생활용품문화를 주도해온 태평양의 캐치프레이즈이다.

지난 45년 설립된 이회사는 "정"이 유난히 강조되는 온화한 노사관계로
정평이 나있다.

여성근로자가 많은데다 오랫동안 유지해온 고객지향적 경영방식으로 인해
현장안팎의 분위기도 부드럽다.

화장품업계 단일공장으로는 세계최대를 자랑하는 수원공장의 김성태노조
지부장은 "세계일류기업을 달성하기위해서는 노사양측이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마음으로 뛰어야한다"고 강조한다.

태평양은 올해 근로자의 날을 맞아 생산성향상과 노사화합에 기여한 공로
로 대통령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회사도 한때 아찔했던 어려운 순간을 겪었다.

지난 87년 노조설립이후 강성조합원들의 투쟁지향적 조합운영으로 거의
매년 노사분규에 휩싸였다.

급기야 지난91년 24일간의 장기파업으로 4백77명의 근로자가 경찰에 연행
되고 막대한 매출손실을 입어 노사간 갈등과 반목은 최고조에 달했다.

오랫동안 평온을 유지해오던 노사관계가 노조의 설립과 동시에 불과
4년만에 최악의 상태로 떨어진 것이다.

지난 67년 입사한후 28년을 한결같이 성실한 자세로 근무해와 회사내에서
"태평양맨"으로 통하는 전완길전무는 "우리 모두는 당시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있다.

극심한 분규의 경험은 노사관계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전환점이 되었다"
고 회상한다.

91년 노사분규이후 회사내에서 과거의 잘못된 노사관행을 바로잡아야한다는
반성의 소리가 높아졌다.

92년들어 회사측은 노사협력팀을 신설하고 신뢰회복을 위한 회사경영상태의
공개와 노사협력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노동조합도 강성일변도의 요구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에 기초를 둔 조합활동을 전개, 회사와 공동보조를 취했다.

변화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지난해 2월 노조는 생산성향상운동과 자사상품 판촉활동을 벌였다.

본사와 수원공장등 전국 5개공장및 지역사업부를 순회하며 현장종업원을
격려하는 한편 각지역별로 노조간부들이 백화점이나 지하도입구등지에서
고객들에게 회사홍보팜플렛과 제품샘플을 직접 나눠주기도 했다.

당시 판촉캠페인을 주도했던 노용태노조위원장은 "외부에서 어용시비에
휘말릴까봐 은근히 걱정이 됐지만 집행부의 소신과 조합원들의 협력의지를
믿고 추진했다"면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에 대한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80%가 넘는 조합원들이 호응을 보여 노조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설명한다.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는 전국의 주요거래처 1백31개점을 직접 방문,
태평양상품 이용에 대한 감사와 함께 변함없는 성원을 부탁하는 "우리상품
찾기 캠페인"활동을 벌였다.

이에 발맞춰 회사측도 최고경영층을 비롯한 부서장급이상 간부들의 현장
근무를 실시, 근로자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노사공감대 확산을 도모하면서 태평양의 노사협력시스템은 더욱 탄력이
붙었다.

태평양은 노사협력프로그램의 원활한 추진과 한차원높은 노사관계를 위해
또한번의 실험에 나서고있다.

지난해 도입한 신인사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생산직을 전임직군으로 전면개편한 신인사제도는 생산직.사무직간 위화감
을 해소하고 근로자 개인의 전문성을 극대화한다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단순히 1-5급으로 구성된 수직적 인사체계는 일반직군에 이어 <>기능직
<>기원직 <>미용직 <>판매직 <>사무직 <>향장직으로 분화됐다.

이능희사장은 "인재의 육성과 효율적 활용을 위해 직종별 특성에 맞는
관리체계와 평가제도를 도입,근로자가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자아
실현을 이룰수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태평양은 정이 중요시되는 분위기에 따라 근로자 복리후생도 여느 사업장
못지않게 잘 정비돼있다.

근로자자녀 장학금제도와 주택자금융자제도등 생활안정을 위한 복리후생
뿐만 아니라 건강진단 동호회운영및 지원등 문화.건강생활을 위한 제반지원
이 충실하게 이뤄지고있다.

수원공장의 향장부 근로자 이은주양(24)은 회사에 대한 불만이 없느냐는
주위의 지적에 "커피자판기 옆에서 남자사원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외에는
별다른 불만이 없다"고 밝게 웃는다.

태평양근로자들은 요즘 하계휴가철을 맞아 잔뜩 기대에 부풀어있다.

동해안의 남애해수욕장과 서해안의 태안반도인근에 자리잡은 하계휴양소를
찾아 동료및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수있기 때문이다.

최근 회사와 노조측은 휴양소를 방문,휴가일정을 소화하는데 차질이
없도록점검을 마쳤다.

신종환 노사협력팀장은 "여름휴가는 태평양의 하나됨을 확인하고 보다
밝은미래를 위해 서로를 격려하는 재충전의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한다.

그의 기대속에 태평양의 밝은 노사관계가 깃들어있는 것 같았다.

< 수원=조일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