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giga)시대"의 생존전략을 수립하라..

삼성 LG 현대등 반도체3사는 최근 "기가 프로젝트팀"을 각각 구성, 본격적
인 가동에 들어갔다.

"21세기형 반도체"인 1기가D램 개발을 겨냥해서다.

삼성과 LG는 산학협동으로 기가급 기술확보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삼성은 서울대와 초고속정보처리 기술개발에, LG는 포항공대와 손잡고
전자빔 노광기술개발에 각각 착수했다.

현대는 해외로 손을 내밀고 있다.

연구진을 미국의 주요 반도체업쳬에 파견해 기가급 반도체 공동개발체제
구축을 모색하고 있는 것.

이들 회사는 각 연구개발조직도 기가급 기술개발체제로 전환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기획실을 정점으로 장비 원재료 설계등 제조공정별 세부
프로젝트팀 구성을 마쳤다.

LG는 기반기술개발실에서 총괄적인 기술을 개발중이다.

현대전자는 반도체 연구실에서 기가급 반도체 제조장비 개발에 착수했다.

반도체 3사가 이처럼 기가급 기술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빠르면 2000년대 초반에 가시화될 기가시대의 생존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기가시대엔 메가시대와는 전혀 다른 반도체 비즈니스 패턴이 형성돼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도태될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에서다.

"기가시대엔 자금력과 기술이 없는 기업은 세계 반도체 무대에서 사라지는
반면 살아남은 기업은 탄탄대로를 걷게 될 것"(LG반도체 이덕기이사).

한마디로 "도 아니면 모(All or Nothing)"의 시대가 시작된다는 얘기다.

기가시대 반도체 비즈니스 패턴을 특징짓는 요소는 거대한 투자자금.

"반도체 세대가 높아질수록 투자액이 3배씩 늘어날 것"(삼성전자 황창규
상무)이라는게 전문가간의 공통된 의견이다.

예컨대 1기가D램의 투자비는 256메가D램공장 건설에 들어갈 2조3천억원보다
3배 많은 6조9천억원정도가 된다는 얘기다.

이게 4기가D램으로 가면 20조8천억원으로 또 다시 3배 늘어난다는 것.

문제는 눈덩이처럼 커지는 투자비를 회수할수 있는 기간이 짧다는데 있다.

세계시장에서 팔릴수 있는 반도체 한세대 제품의 수명은 길어야 5년이다.

그 후엔 다음세대 제품이 시장을 완전히 대체해 버린다.

수십조원의 돈을 5년내에 뽑아내지 못하면 기가시대에 살아남을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에 따라 기가시대엔 현재 D램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세계 20개 업체중
절반이상이 생산대열에서 탈락할 지도 모른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
이다.

막대한 투자자금을 견디지 못하는 업체는 조립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란
얘기다.

반면 살아남는 업체는 세계시장을 과점하는 기회를 잡게 된다는 것.

"반도체산업은 월드컵 지역예선 격인 킬로시대와 본선이라 할수 있는
메가시대를 거쳐 세계제패를 놓고 생존을 건 싸움을 하게 되는 결승전인
기가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현대전자 윤장진부사장).

그렇다면 기가시대의 생존요건은 무엇일까.

"공장가동 첫해부터 이익을 낼 수 있는 양산기술의 확보"(삼성전자 권오현
상무)가 그 키워드다.

반도체 생산 공식중 "1.2.3이론"이라는 게 있다.

생산 첫해엔 적자, 2년째에는 투자자금 회수, 3년째부터 이익 창출을
뜻한다.

생산초기에 적자가 나는 것은 수율이 낮아서다.

초기 생산의 경우 수율은 대개 20~30%선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산기술이 안정화되지 못한 탓이다.

수율이 매출액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수율 20%일 경우 8인치 웨이퍼 한장에서 나오는 제품(4메가D램 기준)은
1백60개지만 수율 90%에선 7백20개로 늘어난다.

같은 돈을 들여 물건을 4.5배나 더 생산하는 셈이다.

막대한 투자자금이 필요한 기가시대엔 공장가동 첫해의 적자를 없애는
것이 지상과제가 된다는 뜻이다.

일본업체들도 기가시대 생존전략 마련에 적극적이다.

일본 히타치와 NEC는 올초 1기가D램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비록 사업과 양산성이 검증되지 않은 시험설계단계의 제품이지만 이미
상당한 수준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수 있다.

도시바등도 기가급 반도체 기술개발에 "목숨"을 걸다시피 한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반도체 3사가 메가시대와 같은 욱일승천의 기세로 기가시대를 열어
젖혀 대망의 "반도체 결승전"에서 승리할수 있을지 주목된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