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기 <고대국제대학원장>


한.미양국은 내주초 워싱턴에서 미국산 담배 수입에 관한 기존합의서의
개정을 위한 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미국내에서도 금연운동의 확산과 담배회사에 대한 소송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데도 미국측은 한국정부에 대해 계속 담배시장뿐만 아니라 육류시장을
비롯하여 모든 시장을 완전개방하라는 압력을 가해오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정부는 88년에 체결된 한.미합의서를 개정하여 현재
1갑당 460원의 세금부과 규정을 각종 기타세금의 추가부과와 세율을
한국정부판단에 의해 임의로 조정.변경할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미국담배회사의 과다한 담배광고와 판매촉진활동을 적정수준으로
규제할수 있도록 미국측에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정부의 시장개방정책을 액면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미국정부가
우리정부의 담배시장개방합의서 개정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아직
의문시된다.

얼마전 우리정부는 미국산 농산물의 한국세관통관과 유통기한문제를
미국측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거의 미국측 요구대로 양보하여 타결을
보았다.

지금까지 한국정부는 미국정부대표와의 통상외교에 있어 일관된 원칙
이나 협상태도의 고수대신 그때 그때 문제가 생길때마다 임기응변적으로
대응을 하다가 종국에 가서는 미국측 요구를 거의다 들어주고 고맙다는
소리도 못들었다.

뿐만 아니라 미국측의 일방적인 한국정부비판과 WTO제소로 오히려
곤경에 빠지는 경우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

금년 4월26일 워싱턴에서 개최되었던 한.미실무무역회담에서 한국측이
미국측의 요구를 거의 다 수용할 뜻을 비추다가 4월28일 회담에서 돌연
한국측 수석대표였던 외무부 통상국장이 회담결렬을 선언하고 자리를
일어서 버린 해프닝이 발생했었다.

회담결렬후 주미 특파원들과 만난 통상국장은 "미국의 요구중에는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사항이 많아 경제주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회담을 더 계속할수가 없었다"고 결렬경위를 설명했었다.

통상국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통상국장의 의연한 자세와 주체성
있는 통상외교방식에 대해 비판보다는 칭찬을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3월중순에 워싱턴을 방문했던 공노명 외무장관과 박재윤
통상산업부 장관은 미국 무역대표부와 상무부의 고위관리들을 만난뒤
"한.미양국간에는 무역분제로 인한 현안은 별로 없다"고 언명했다.

그러나 미국측의 얘기는 다르다.

미국측은 한.미간통상에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과 함께 드디어 두차례에
걸쳐 한국을 WTO에 제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난 2월2일 하원의 아태소위와 무역소위가 미국 무역대표부의
바르세프스키 여사를 불러 아.태국가에 대한 미국정부의 무역정책을
듣는 자리에서 그녀는 "한국은 겉으로는 무역장벽을 제거하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교활한 방법으로 자유무역을 효과적으로 짓밟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월스리트저널등 미국 유수의 언론기관들도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불공정한 교역국의 하나로 지목하는 비판적인 기사를 자주 싣고 있다.

4월4일 미키 캔터 미무역대표부 대표는 의회 금융위원회에서 있었던
증언에서 한국의 불공정무역에 대해 강한 톤으로 비난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다음날 제네바에 있는 WTO에 한국을 불공정 교역국으로
제소했다.

이렇게 한.미양국의 무역문제인식에 있어서 현격한 견해차이는 앞으로
양국간의 교역문제 해결이나 교역증대를 위해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양국간의 인식차이 해소가 있어야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될 것이다.

한국측도 미국측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동시에 미국측을 제대로
설득해서 부당한 압력이나 일방통행적인 밀어붙이기식의 강압적인
대한압력을 완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한국측은 대미무역이 흑자에서 적자로 반전(95년 상반기 대미무역적자액
31억달러)했기 때문에 과거 흑자시대와는 달리 미국이 부당한 압력을
가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반면 미국측은 전체적인 무역수지의 적자.흑자를 따지는것이 아니라
한국의 불공정무역관행이나 주요교역상품의 불균형교역상태(예컨대
한국산 자동차는 미국에 연간 30만대내외를 수출하면서 미국차는
몇천대밖에 수입하지 않는 교역상태)를 따지고 있다.

또 한국은 표준산업분류에 의한 총수입품목중 99%이상을 개방했다고
주장하는데 반해 미국측은 자국기업의 대한진출이나 자국상품의 대한
수출에 있어 불공정한 비관세장벽이 너무 높고 크다는 불평이 대부분이다.

미국이 4월과 5월에 각 한차례씩 한국을 WTO에 제소한것도 비관세분야에서
였다.

첫번째 제소는 농산물의 위생검역 방식이었고 두번째는 식품의 유통기한을
문제삼은 제소였다.

이제부터 한국정부는 첫째 전문가들의 치밀한 분석에 바탕을 둔
구체적이고 설득력있는 접근방식을 택하고 추상적이고 총론적인
일반론을 앞세우는 접근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둘째 한국입장을 미국측에 제대로 알리기 위해선 미국 정책입안자들과
상호존중 상호신뢰라는 인간관계 업무관계를 설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전문지식을 갖춘 현지 로비스트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전직고위관리들을 동원하는 인맥위주의 로비활동은 역효과를 내기때문에
지양해야한다.

셋째 각부처에서 나온 한국측 통상외교팀 구성원간의 사전 조율과
팀워크를 강화시켜야 한다.

외무부 통상산업부 농림수산부 보건복지부 등의 관리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통상외교는 시정되어야 한다.

넷째 한국무역관행에 대해 잘못된 보도나 보고가 나오면 신속하게
이를 해명 반박하는 홍보활동을 대폭 강화해나가야 한다.

한.미 통상관계는 한국의 원고와 대미무역적자증대에도 불구하고
계속 WTO제소를 당하는등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 통상외교당국은 한.미간의 인식차이를 해소하고 올바른 접근방식도입
등으로 개선해나가도록 노력해나가야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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