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산으로 계곡으로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이제 장마가 끝나면 산과 바다엔 피서인파로 대혼잡을 이루게 될 것이다.

짧게는 3~4일 길게는 5~6일정도의 여가는 이제 단순히 놀거나 쉬는 시간이
아니라 내일의 생산을 위한 활력을 재충전하는 기회라는 인식이 확산된지
오래다.

산과 바다를 찾는 이유는 더위를 피한다는 것 못지않게 공해에 찌든 도시를
떠나 맑은 물,깨끗한 공기,푸른 숲을 찾아 잃어버린 활력을 되찾는데 있는
것 같다.

그만큼 바쁜 도시생활에서 우리의 심신이 지칠대로 지쳐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생기는 문제가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도시를 탈출하는 휴가객이 자연을 훼손시키는 주된 오염원이 된다는
것이다.

피서지 근처의 농어민들에게 본의아니게 민폐를 끼치고 심리적인 박탈감을
주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자동차를 이용한 오토캠핑이 늘면서 각종 생활
쓰레기가 여과없이 계곡 구석구석에 버려지고 가무를 즐기는 민족답게
다녀간 자리에 버려진 술병과 화투장, 고기를 굽고남은 냄새가 우리의
산하를 몸살나게 한다.

특히 자녀들과 함께 떠나는 휴가는 벼를 쌀나무로 알고 있는 도시어린이들
에게 자연속에서 생활하며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환경을 생각하는 심성을
길러주는 좋은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그렇지가 못한 것 같다.

어른들의 행동을 그대로 다라 배우는 어린 자녀들에게 보여지는 휴가지
에서의 모습들이 어떠해야 한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을텐데 그렇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

피서지에서의 일그러진 모습과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행정이
나서야 하고 정부차원에서도 무언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소리도 있으나
그 이전에 우리 가정에서부터 성숙된 놀이문화를 정착시키는데 각자가
노력을 해야 하리라고 믿는다.

우리가 지향하는 선진사회는 소득만 높인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국민소득 수준이 가장 높다는 중동의 산유국들을 선진국이라 않듯이 그속에
사는 국민 개개인의 말과 행동이 얼마만큼 성숙되고 세련되었는가가 선진의
척도가 아닌가 싶다.

올여름 휴가에는 자녀들에게 휴식과 더불어 값진 경험을 가지게 하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며 질서와 양보의 미덕을 생활화하는 성숙된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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