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금속의 노사관계는 서로 조화를 이루는 볼트와 너트 같다.

자동차부품용 볼트와 너트등 냉간단조제품을 생산하는 태양금속공업(주)은
종업원 8백여명의 중소기업이지만 노사가 서로 맞물려 짜임새있는 협력관계를
유지하고있다.

근로자의 자질도 알차기 그지없다.

매출실적은 지난 92년이후 매년 1백억여원씩 늘어나 지난해 6백80억여원을
기록했다.

이회사는 경기도 안산공단내에서 기혼자 주택보유율이 무려 90%에 육박하는
직장, 벌보다는 상이 훨씬 많은 회사, 경인지역에서 드물게 1백PPM을 달성한
업체로도 유명하다.

이회사의 노사관계를 엿볼수있는 일화 한가지가 있다.

지난 5월중순 볼트생산부에 근무하는 근로자 박모씨(38)는 저녁회식을
마친후 귀가도중 갑작스런 배탈을 만났다.

다급한 나머지 마침 인근에 살고있던 김종성전무(53)집을 찾았다.

다음날 박씨는 출근길에 김전무를 찾아가 자신이 사는 집 약도를 한장
건네주었다.

"급할때 꼭 한번 들러달라"는 박씨의 부탁에 김전무와 기획부서 직원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이처럼 태양금속은 사무직과 생산직간의 위화감이 전혀 없다.

관리부문 부.차장이 근로자를 대하는 태도는 임원진에 대한 예의만큼이나
깍듯하다.

근로자들도 회사측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경훈 경영기획팀장(40)은 "기능인력이나 중견간부사원을 외부에서
스카우트할 때 원만한 노사관계와 즐거운 직장분위기를 강조한다"고 얘기
한다.

이회사가 중견자동차부품업체로 성장할수있었던 것은 창업주 한은영회장
(80)의 "현장우대"경영철학이 밑거름이 된것으로 평가되고있다.

지난 54년 회사를 설립한 한회장은 창업초창기때 근로자들과 함께
한솥밥을 먹으며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냈다.

공장은 한회장과 근로자 모두의 집인 동시에 식당이기도 했다.

한회장의 남다른 "근로자 사랑"은 지난 89년3월 공장을 서울 풍납동에서
지금의 안산공단으로 이전할때도 나타났다.

당시 안산시 고잔동에 주택조합결성을 추진했으나 높은 부지매입자금으로
인해 근로자들은 엄두를 내기 어려웠다.

특히 저축이 부족한 젊은 근로자들은 아예 포기하는 실정이었다.

이때 한회장은 조합측에 대지구입자금과 주택건설운영자금등 모두 17억
5천만원을 무이자로 빌려줬다.

이병욱노조위원장(46)은 "당시 2백만원만 있으면 입주가 가능할 정도로
파격적인 대출조건이었다"고 회상한다.

덕분에 태양금속은 단 한사람의 낙오도 없이 공장을 이전하는 기쁨을
맛보았다.

기혼자 주택보유율도 90%대를 엿보고있었다.

태양금속은 각종 시상제도가 많다.

"최우수 태양인상"은 회사발전에 이바지한 사람을 대상으로 6개월에 한번씩
주는 상이다.

지난해는 나사영업2부에서 일하는 근로자 권오신씨(29)와 생산부 송병천씨
(37)가 이상을 받았다.

또 작업공정별로 높은 생산성과를 올린 경우 "최우수 분임조상"과 "목표
달성상"이 주어지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근로자들에겐 "제안왕" "우수
지도위원상" "우수제안자상"을 준다.

활발한 근로자 해외연수도 태양금속의 빼놓을수없는 자랑거리이다.

매년 50여명이상의 근로자가 선진노사협력사례와 기술연수를 위해 동남아
유럽 일본등지로 해외연수를 떠난다.

올해초 동남아연수를 위해 싱가포르등지를 다녀온 시설관리반 윤종대씨
(49)는 "근로자에게 해외연수를 시키는 것은 회사가 그만큼 생산직의 역할을
중요시하고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국내제조업이 처한 현실과 격변
하는 대외환경등 많은 것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회사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노조도 경영진못지않게 발벗고 나선다.

태양금속 노조는 지난해말 갑자기 주문이 쇄도하자 자체 생산대책부를
구성,"생산성 향상 90일작전"을 전개했다.

노조의 독려로 휴일에도 정상조업을 해가며 주문을 차질없이 소화해냈다.

이위원장은 "노조가 생산기능은 도외시한채 분배쪽에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며 "끊임없는 부가가치의 창출과 공정한 분배를
노조활동의 양대목표로 삼고있다"고 강조한다.

노조의 이같은 열성은 태양금속을 안산공단내에서 유일하게 1백PPM달성
업체로 만들어놓았다.

금년4월 현대자동차가 실시한 "1백PPM추진평가"에서도 협력업체들 가운데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볼트와 너트를 닮은 이회사의 노사관계는 구태여 노사협력이라는 구호가
필요없을 정도로 임직원을 결속시키고 있다.

지난 4월초 노사양측은 단 1시간만에 상여금 50%인상 통상임금기준 7.6%
인상에 합의함으로써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회사가 비전이 없으면 종업원이 떠난다" 한우삼사장의 이야기에 항상
근로자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과 함께 밝은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 안산=조일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