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준비위원회(민노준)는 올 임.단협을 앞두고 "올해 노사현장은
엄청난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이라고 장담했다.

한국통신, 서울지하철등 공공부문노조와 현대그룹노조총연합(현총련),
조선업종노조협의회(조선노협)를 비롯한 법외노동단체들이 민노준의 연대
투쟁에 참여할 것으로 확신한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5월 현대자동차의 양봉수조합원 분신사태와 한국통신사태등
"뜻밖의 호재"가 잇따라 터져나와 올해 임.단투때는 상당수의 노조가 공동
투쟁에 나섬으로써 대성공을 거둘것으로 자신했었다.

그러나 민노준의 기대는 물거품으로 끝나고 말았다.

국내노동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핵심사업장 노조들이 잇따라 투쟁중심의
노동운동에 등을 돌려버렸기 때문이다.

해마다 임.단협때만 되면 무리한 요구와 정치성 구호, 그리고 장기간 파업
등을 벌이면서 자기목소리만 높이던 강성노조들이 올들어서는 노사상호간의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원만하게 협상을 마무리한 것이다.

이에따라 민노준은 소속사업장의 연투쟁일정을 당초 5월중순께에서 5월말~
6월초, 6월초~6월10일, 6월중순, 6월19~24일등 4차례나 연기하기도 했으나
소속노조들의 호응을 여전히 받지 못했다.

강성노조들의 총결집체인 민노준의 이같은 연대투쟁 실패는 국내 노사관계
의 급격한 변화를 가장 실감나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해 장기간 파업을 벌이며 다른사업장의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미쳤던 현대중공업,한진중공업,(주)금호,대우기전등 이른바 "분규4인방"은
올해에는 별다른 노사갈등없이 모두 무분규로 임금교섭을 타결했다.

이들 사업장에선 지금까지 관행처럼 굳어져온 "투쟁을 위한 투쟁"은 아예
찾아볼수가 없고 소모적이고 지루한 협상관행도 말끔히 청산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노조가 LNG선상에서 농성을 벌이는등 과격한 쟁의행위를 전개하고
정부의 공권력이 투입되는등 엄청난 시련을 체험했던 한진중공업의 경우
올해에는 6차례의 협상이란 최단기 교섭회수만을 기록하고 파업이란 얼룩
없이 임단협을 끝마쳤다.

(주)금호는 지난해 2달간의 협상을 거치면서 노조원들이 공장을 점거하는
등 과격한 파업을 감행하기도 했으나 올해에는 첫상견례후 7차례의 협상만에
분규없이 임금협상을 타결지었다.

지난93년에 이어 지난해에 노조의 장기간 파업으로 심한 몸살을 겪었던
대우기전도 올해에는 별다른 노사갈등을 겪지않고 임금협상을 타결했으며
지난해 63일간의 장기파업을 겪었던 현대중공업도 올해에는 노조설립이후
처음으로 무분규타결이란 기록을 세웠다.

노조의 극렬한 파업으로 모두 공권력이 투입되는등 진통을 겪었던 이들
사업장의 변화는 국내노사관계가 새로운 양상으로 발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노동교육원의 이정택박사는 "최근 국민소득수준이 높아지는등 주위여건이
많이 변해 투쟁위주의 노동운동은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노조지도부도 조합원들의 이같은 정서를 감지, 그동안 벌여오던
투쟁중심에서 실익추구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현상은 지금까지 노사분규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홍역을 앓았던
다른 사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노사분규로 진통을 겪었던 현총련 소속의 현대미포조선과
한국프랜지는 회사측이 제시한 임금인상안을 즉석에서 받아들여 올해 임금
협상을 마무리했으며 지난93년 1백28일간의 노사분규로 홍역을 치렀던
한국웨스트전기도 올해에는 무분규로 협상을 타결지었다.

올해 협상에서 민노준의 사회개혁안을 제시, 약간의 진통을 겪기도한
기아자동차는 조합원들이 이안을 협상안에서 삭제할 것을 요구, 결국 노조
지도부는 이를 협상안에서 철회했고 올해 임금협상도 무분규로 마무리
지었다.

한국웨스트전기의 송미옥노조사무국장은 "그동안 장기간의 노사분규를
겪으면서 파업에 싫증을 느끼는 조합원들이 크게 늘어난데다 회사측의
태도도 많이 달라져 운동방향을 새로운 모습으로 정립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천대창원노동사무소장은 "그동안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었던 사업장
근로자들이 분규는 노사 모두에 실익을 주지 않고 피해를 입힌다는 점을
절감한데다 올들어 산업현장에 노사화합바람이 확산되는등 사회전체 분위기
가 안정기로 접어든 것이 강성노조들을 변하게 만든 요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윤기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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