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자당이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등 경제개혁조치의 보완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알려져 국민들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지자체선거 직후 삼풍백화점 붕괴참사가 벌어져 가뜩이나 경황이
없는 판에 갑자기 웬 뚱딴지같은 소린가 싶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민자당은 지자체선거에서 참패한 원인을 분석한
결과 등을 돌린 민심을 달래기 위해 금융종합과세의 시행연기,부동산실명제
의 농지적용배제 등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개혁정책의 방향자체를 바꾸는 것은 아니며 제한된 범위에서
보완할 뿐이라는 토를 달고 있다.

집권여당이 선거에서 진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정부정책에 반영하려는
것은 당연하며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민심이반의 원인을 용두사미식의 부실한 개혁에서 찾지않고
경제개혁에 대한 중산층의 거부반응 탓으로 돌린데 있다.

소리만 요란하고 알맹이가 없는 개혁의 예는 얼마든지 있다.

현 정부 출범이후 적지 않은 수의 공무원들이 옷을 벗었지만 이번
삼풍백화점 붕괴참사에서 보듯이 고질적인 부정부패는 여전한 실정이다.

또한 집권층의 눈밖에 난 이들에 대한 수사에는 득달같던 사직당국이
부정부패사범이나 서민생활 침해사범을 수사할 때에는 왜그리 서투르고
엉성한지 이해가 안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이번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수사만 해도 수뢰물증조차 확보하지 못한채
기껏해야 구청장선에서 마무리될 공산이 큰 인상이다.

이밖에도 현정부의 출범이후 크고 작은 사고가 꼬리를 물고 일어났는
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때마다 말로만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을뿐 무사안일했다.

그 결과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서 보듯이 인명구조,부상자처리,사고원인조
사,실종자파악등 모든 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이러고도 민심이 떠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민자당의 경제개혁 보완검토가 부정적인 또한가지 이유는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데다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크게 해친다는데 있다.

금융실명제 시행이 발표된지 벌써 2년가까이 지났고 금융소득 종합과세제의
시행을 불과 몇달 앞둔 지금까지 아무 소리 않다가 이제와서 종합과세
시행연기를 주장하는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수 없다.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시행연기는 실질적으로 금융실명제를 연기하자는
말과 같다.

그러나 금융실명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우리경제가 지난 2년여동안
치렀던 충격과 비용을 생각하면 도저히 연기하기 힘든 일이다.

아울러 농지 투기가 심했던 현실을 고려하면 부동산실명제의 농지적용
배제도전혀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다.

이처럼 잘못된 민자당의 정책판단이 단순히 민심을 잘못 읽은 때문인지
,아니면 민심이반의 원인을 엉뚱한데서 찾아 일부계층의 이익을 챙기자는
것인지 알수 없는 일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변화와 개혁이 국민생활향상과
한국경제의 선진화를 위해 유익한 내용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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