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면 < 노동교육원 노사협력센터 소장 >

87년 여름의 대규모 노사분규를 통해 노.사.정을 포함한 국민전체는 노사
관계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그것은 대립적 노사관계의 폐해를 경험하는 과정이었고 동시에 새로운
노사관계,즉 협력적 노사관계 모색의 필요성을 느꼈던 과정이었다.

그후 8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 최소한 수십년 이상 소요되었던 대립적 노사관계에서
협력적 노사관계로의 전환이 불과 몇 년만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금년 초에 한국노동교육원 노사협력센터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으로
노사협력 의식에 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86.5%,사용자
의 92.0%가 노사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노사협력에 대한 노사의 의식수준 향상과 "노사 새 지평을 열자"라는 캐치
플레이즈를 내걸고 진행되고 있는 노사협력캠페인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노사협력선언을 한 사업장은 현재 2천개를 넘고 있다.

올해가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전환점으로 자리매김될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해서 노사협력의 분위기가 안정적인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
으로 단언할 수는 없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 노사협력을 위한 구체적이고 특별한 제도를 실시
하고 있는 사업장은 매우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바로 이 사실은 노사협력 분위기가 크게 일고는 있지만 정착, 확립하는
단계로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것은 동시에 노사관계의 주체인 노.사.정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해 주고 있다.

개별 사업장의 노사관계는 기본적으로 해당 사업장의 노사에 의해 자율적
으로 형성,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협력적 노사관계로 전환시키는 데 소요되는 경제적, 비경제적
비용이 개별 사업장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하기 때문에 이것을
노사 당사자에게만 맡기기는 곤란하다.

노.사.정의 협력이 필요한 부분은 바로 이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그렇다면 노사협력을 이루는 데 어떠한 방안이 필요한가.

우리는 노사대립이 노사협력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노사협력의 필요성인식
노사협력에의 참여 노사협력 정착으로 단순화시킬 수 있다.

노사협력을 정착시키려는 우리의 방안은 1차적으로 앞의 전환과정에서
찾아야 한다.

먼저 노사협력의 필요성조차 인식하고 있지 못하는 노사에 대해서는 노사
협력만이 기업의 경쟁력과 근로자생활의 질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노사협력을 통해 노사의 어려움을 극복하거나 노사대립으로 파국으로
치달은 국내외 사례들을 발표회,책자나 뉴스레타,기타 홍보용 매체를 통해
소개하는 것이 그 대표적 방법이다.

둘째 노사협력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그 필요성을 행동으로 전환
시키지 못하고 있는 노사에 대해서는 구체적 행동프로그램을 제공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사협력선언을 통해 응집력을 모으려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노사협력선언
방법등과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노사협력선언을 통해 노사협력을 위해 노력할 것을 이미 선언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이를 실현시킬 수 있도록 해당 사업장 실정에 맞는 노사
협력프로그램을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

보상제도 고용안정제도 경영정보공유제도 작업과정 참여제도 대화활성화
제도 교육훈련제도등 노사협력을 실현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과 실시는
노사협력을 정착시키는데 필요한 핵심적 요소이다.

셋째 노사협력을 정착시키기 위한 구체적 방안은 개별 사업장 노사관계의
현실에 대한 정확한 분석에서 출발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노사관계 진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그동안 몇몇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노사관계진단도 있었지만 우리
나라 노사관계 성격을 협력적인 것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전면적이고
심도있는 노사관계 진단이 수행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동안 우리는 협력적 노사관계의 정착이 개별 사업장의 노사는 물론
국민경제 전체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경험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사관계 성공사례및 실패사례의 발굴과 전파,노사협력
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그리고 노사관계 진단등 노사협력을 이루는 데
필요한 각종 노력이 여전히 투자의 측면보다는 비용의 측면에서 강조되고
있는 듯하다.

이 사업을 수행하는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인가보다는 소요비용에
비해 수익이 얼마나 클 것인가라는 투자의 시각이 노.사.정 모두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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