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패션의류 판매회사인 "더 리미티드(the Limited)"사의
레슬리 웩스너회장(58)은 최근 힘든 결정을 내렸다.

30년 넘게 그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던 이 기업을 3개의 회사로
쪼개 독립시키기로 했다.

더이상 지체하다가는 리미티드를 회생시킬수 있는 기회를 놓칠수도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었다.

지난 63년 당시 26세였던 웩스너회장이 숙모로부터 5,000달러를 빌려
오하이오주 콜롬비아에 10대및 젊은 여성용 옷가지를 파는 조그만 가게를
차린지 32년.

조그맣던 구멍가게는 웩스너회장의 아이디어와 땀 덕택에 70~80년대의
고속성장기를 거쳐 연간매출이 73억달러에 이르는 거대한 패선의류제품
판매왕국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 리미티드사는 뒤뚱거리기 시작했다.

90년부터 올초까지 회사의 외형은 40% 가까이 늘었으나 거의 이익구조
면에서는 취약하기 그지 없었다.

지난해의 한 주당 1.25달러 배당은 2년전인 지난 92년과 마찬가지 양상
이었다.

그 결과 90년대 들어 해가 갈수록 적자를 면키 위해 더많은 자본을 동원
하는등 안간힘을 써야 하는 "절박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사정은 여성의류부문에서 특히 좋지 않았다.

이 부문에서의 영업이익은 지난 90년 13.6%에서 93년 6.6%로 떨어졌다.

비록 지난해 6.9%로 다소 호전되기는 했으나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웩스너 회장도 그동안 애써 외면하던 문제의 근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다.

문제의 근원이란 다름 아닌 회장 자신이며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식으로
외형이 수십억달러나 되는 기업을 경영한다는게 무리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웩스너 회장은 지난 92년까지만 해도 24명의 이사들로부터 업무보고를
직접 받았다.

심지어 1년에 서너차례씩 홍콩으로 날아가 의류제품 납품업체와 소매길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만큼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이러한 웩스너회장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는 수익을 내지 못하는 리미티드의 사업부서를 분리시켜 전문경영인
에게 맡기기로 결정을 내려 리미티드의 재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웩스너 회장은 우선 여성의류부문을 독립시켜 마이클 웨이스부회장에게
맡기고 속옷사업부문의 주력업체인 빅토리아 시크리트체인의 경영권을 현재
이 체인점의 사장인 그레이스 니콜라스에게 넘기기로 했다.

하지만 웩스너 회장이 이들 기업과 완전히 결별하는 것은 아니다.

모기업격인 리미티드가 이들 회사의 주식 가운데 85%를 보유하는 것 외에도
웩스너 회장은 이들 기업의 회장직 타이틀은 그대로 유지, 실질적으로는
최고경영자 자리만을 양보하는 것이라 할수 있다.

그렇지만 이같은 "양보"도 그가 기업을 일으킨 과정을 감안하면 내리기
힘든 결단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가 이같은 구상을 발표하고 나서 월스트리트에서 리미티드의 주가가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웩스너 회장 자신은 이같은 결정을 내리고 나서 해방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는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새로운 영업전략및 상점 개념구상에
몰두할 방침이라고 밝힌다.

< 김현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