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사망 1주기를 계기로 조만간 김정일이 주석직을 승계할 것이다.

김정일이 주석직을 맡아 남북정상회담만 성사되고 나면 경협에 더이상의
걸림돌은 없다" S그룹의 대북경협담당자가 내다보는 이같은 시나리오는
김일성의 사망 1주기를 맞아 경협가속화를 기대하는 재계의 분위기를 전달
해준다.

대북투자실행등 실질적인 경협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마지막 "문턱"이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때마침 쌀을 매개로 남북한 당국간 대화가 재개되고 남포공장에 파견될
대우의 기술자방북승인이 떨어지는등 주변 분위기도 무르익어 가고 있다.

주변분위기가 익어가면서 재계의 대북경협채비도 발빨리 지고 있다.

삼성 이건희회장의 "대북 기회선점"발언이라든지 고합 장치혁회장의
부산한 북경 나들이 같은 움직임이 이를 대변한다.

그중에도 본격적인 경협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기업은 대우.

이미 13명의 기술자 방북승인을 얻어놓은 대우그룹은 빠르면 금주말
북경에서 조선삼천리총회사측과 만나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대우는 남북한간 첫 합작사업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 이 사업을 앞으로
봉제완구 가방 양식기등으로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고합그룹도 총수인 장치혁회장이 직접 북경을 드나들며 북한프로젝트를
가시화시켜 가고 있다.

장회장은 지난달 20일 북경에서 경협파트너인 광명성총회사측과 사업계획
을 협의하고 돌아온데 이어 6일 또다시 북경으로 떠나 사업계획을 구체화
시키고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그가 추진해온 의류 봉제등 4개사업외에 섬유등 또 다른 대북
프로젝트가 진행중인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한일그룹도 대북 경협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달 25일 협력사업자승인을 받아낸 한일합섬과 국제상사는 북측
파트너인 은하무역총회사와 사업전반의 계획을 가다듬기 위해 내달중
임원급의 방북을 추진중이다.

재계에서는 LG그룹의 움직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LG는 지난 2월 구자극 미주지역본부부사장등이 평양과 남포를 다녀온데
이어 지난 3월에는 LG상사가 중소협력업체들과 공동으로 대북 임가공사업에
나섰다.

특히 LG는 최근 북한산 칼라TV 6대를 들여와 기술수준등을 분석중인 것
으로 알려져 전자분야의 경쟁사인 삼성과 대우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는 대북경협에 관한한 그동안 회장이 직접 챙기는 "톱다운"
방식이 아닌 실무진 위주의 "버텀업"방식이었으나 이회장의 "대북경협 기회
선점" 발언을 계기로 시스템자체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었다.

이와관련 삼성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오는 9월쯤
대북 투자조사단을 파견,실현가능한 협력사업분야를 다시 논의할 예정인 것
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밖에 쌍용과 동양그룹이 시멘트공장건설계획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한화그룹은 기간통신망분야,제일제당은 음료 및 설탕공장건설을
추진중이다.

또 금강산개발등의 사업계획을 갖고 있는 현대그룹도 정주영 명예회장의
8월 방북설이 꾸준히 나돌고 있다.

이들 대기업 못지 않게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들의 경협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나진.선봉지구 토지개발권을 갖고 있는 해덕익스프레스의 김하정사장과
대호건설의 이건회장은 지난달 17일 북경에서 북한측 파트너와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논의하고 돌아왔다.

북한으로부터 생수반입을 추진하고 있는 산수음료 김태룡사장도 이들과
동행했다.

또 중소무역업체인 코센스도 최근 거래선인 영국계 무역상사 UKIC가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두는 방식으로 북한의 대성무역총공사와 거래를 텄다.

나진.선봉지역에 철조망을 공급한 경력이 있는 (주)씨피코도 이 회사의
중국내 합작법인인 연변용흥집단공사가 나진.선봉시 행정경제위원회로부터
법인설립인가를 따냄으로써 북한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씨피코는 앞으로 이 회사를 통해 사무실임대 식당 호텔 운수업등을 벌일
계획이다.

한편 정진트레이딩 천보실업 대조인터내셔널 뉴코아 세계섬유 등 5개
중소기업은 지난달 22일 무공의 알선으로 중국 심천에서 북한 은하무역
총공사와 집단으로 임가공상담을 가졌다.

상담분야는 드레스 셔츠 남방등 10개 품목이었는데 상담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매우 만족스러운 상담이었다"며 "앞으로 이같은 형태의 집단상담
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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