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서는 저 비슷한 그림을 어디서 본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아, 당나라 승려 오도자가 어느 비석에서 탁본해온 그림이었지. 성에
관한한 도교의 비의가 담겨있는 그림인 셈이었다.

그러다가 가서는 자기 자신이 뱀에게 휘감긴 자라 신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오늘도 희봉을 만나지 못하고 허탕만 치는 것은 아닐지
초조하기 이를 데 없었다.

빨리 희봉을 만나 일을 처리하고 집으로 돌아가야지 그렇지 않고
지난번처럼 밤을 새운다든가 하는 불상사가 생기면 이번에는 아예
집에서 쫓겨날지도 몰랐다.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이
얼핏 비쳤다. 희봉이겠거니 하고 가서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심장이
마구 뛰었다.

드디어 검은 그림자가 방안으로 소리없이 들어왔다.

"희봉 아주머니, 이렇게 사람의 애간장을 태우시면 어떡합니까. 오늘도
오시자 않을 줄 알고 얼마나 걱정을 했는데요."

그러나 그 사람은 어둠 속에서 아무 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옷입은 모양이라든지 향수냄새 등으로 미루어
보아 역시 희봉임에 틀림없었다.

"그렇게 부끄러워 마시고 이쪽 구들로 오세요"

그러면서 그 사람을 번쩍 들어 안아 구들위에 눕혔다. 가서는 희봉이
여기까지 왔으니 희봉도 일을 빨리 처리해주기를 바라겠지 하고 급히 그
사람의 치마부터 벗겼다.

마지막 속옷 하나만 남게 되었을때 가서도 허겁지겁 자기 바지와
속옷을 벗었다.

가서는 자기 물건이 벌써 우뚝 힘을 발휘하며 서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상대방의 속옷을 마저 벗기려고 하였다.

이제 희봉의 속옷만 벗기고 자기 물건을 밀어넣기만 하면 일은 거의
끝난 셈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사방이 훤해지며 누가 촛불을 켜들고 방안으로 쑥
들어왔다.

"누가 이방에 있는가? 원래 이방은 빈방인데"

"글쎄 말이야. 이 방에 들어왔다가 이렇게 봉변을 당하고 있다니까.
이방에 무슨 상사귀신이 사나"

가서 밑에 깔려있는 사람이 비로소 입을 열러 촛불을 들고 온 사람에게
대답했다. 촛불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아니, 가서 아냐? 아이쿠, 가서가 나를 덮쳤구나. 창피해서 이 일을
어떡해"

밑에 깔려 있는 사람은 희봉이 아니라 희봉의 흉내를 낸 가용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