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돕는다는 것도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우선 남을 도울수 있는 여력이 있어야 한다.

"받는 것보다 주는 사람이 복된다"는 말을 줄수 있는 입장에 있다는 것이
"복되다"는 뜻이다.

그러나 남을 도와줄수 있는 여유가 없는 경우에도 돕는 수가 있다.

지경의 진풍무의편에 나오는 동포가 바로 그런 예이다.

동포란 한 두루마기를 둘이 같이 쓴다는 뜻으로 친구간에 서로 곤궁함을
도와주는 것을 가리킨다.

우리 속담에는 "광에서 인심난다 는 말이 있지만 반대로 여유가 없을때
남을 돕는 행위야말로 더 값진 행위이다.

또 우리 겨레는 어려운 생활속에서도 서로 도우며 살아 왔다.

미풍양속이다.

반면에 도움을 받는 측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드려야 한다.

남의 호의를 악의로 갚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동포의 경우 두루마기를 빌려 입은 사람이 자기만의 것인냥 혼자 계속
입는다면 동포관계는 깨지고 만다.

서로 돕는다는 것은 서로가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신뢰관계가 앞서야
행해질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북한에 무상으로 쌀 15만t을 제공키로 한것은 굶주리는 북한동포를
돕는다는 순수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시작된 일이다.

그래서 북한당국이 쌀의 원산지 표시를 하지 말아달라는 요구를 받아
들였고 육로가 아니라 해상으로 수송해 달라는 요구도 받아 드렸다.

또 우리로서는 원조한 쌀이 군량미가 아니라 실제로 북한동포에게 고루
전달되느냐는 것을 확인하고 싶지만 그들의 양식을 믿고 쌀을 보냈던 것이다.

그런데 쌀을 실어나르는 우리 국적선 "씨 아펙스"호가 북한 항구에 정박
하는 동안 북한당국이 태극기를 내리고 인공기를 달도록 강요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항구에 정박하는 동안은 어느측 깃발도 달지 않기로 당초 약속했기 때문
이다.

또 북한당국은 쌀을 제공키로 합의한 후에도 고맙다는 인사는 커녕 전과
마찬가지로 험악한 말로 계속 우리측 헐뜯고 있다.

태극기란 우리나라의 상징일뿐 아니라 과거 우리는 그태극기아래 3.1운동,
청산리대첩 6.10만새운동과 광주학생의거등 민족정기를 발휘했던 민족의
얼이 담긴 소중한 것이다.

따라서 태극기에 대한 모욕은 우리겨레전체에 대한 모욕이라 할수 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쌀제공과 관련된 남북한의 합의내용을 철저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