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황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침과 동시에 선거라는 정치적 행사는
경제를 다양하게 변화시킨다.

전자에 관련해서 이번 선거결과를 대입해 보면 지역불균형상태가
심각한 지역주민과 비체계적으로 진행되는 소위 개혁정책으로 손해를
입은 보수성향의 선거민들이 야당에 투표했다는 심증을 굳힐 수
있겠다.

어쨌든 선거를 하게 되면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는 실물경제 자산시장
노동시장 소득분배 지역별 경기상태가 달라진다.

즉 이론적으로는 생산과 소비 물가 업종별 판매상황 부도율 이자율
주가 부동산가격 임금 실업률,심지어는 산업구조와 국제수지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측면에서의 변화는 선거자금의 방출정도,개발공약이나
선심행정의 과다여부,재정지출이나 금융완화정책의 정도,기본적
경기상태,선거기간중의 인력동원의 시기와 규모,사회구성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이나 직업의식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70년대 이후 벌써 10차례의 선거를 치러본 까닭에
나름대로 일정한 패턴의 변화를 얘기할수 있는 단계에 이른 듯하다.

몇가지 예시를 한다면,첫째 통화증가율은 선거 몇개월전에 높아졌다가
선거후에는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본원통화및 화폐발행액,현금통화비율 모두 같은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총통화는 선거전보다 오히려 선거종료 몇개월후에 증가하는
모습이었다.

본원통화증발의 시차효과를 눈여겨 보아야할 것이다.

둘째 선거전에 정부부문 통화증발과 같은 우려가 실제로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는데 재정자금방출이 집중되는 12월에 선거가 있게된
87년과 92년의 대통령선거에만 정부부문의 통화공급이 두드러졌었다.

다만 중앙정부 세출증가율을 분기단위로 계산해보면 선거실시전의
1~2분기에 높아졌다가 막상 선거실시 분기에는 하락하는 모습을
되풀이 했다.

셋째 선거자금은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을 통해 조달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선거전에 요구불예금이나 단자회사수신의 변동폭이 크게
확대되는데 반해 선거후에는 축소되는 점,저축성예금은 선거를 전후로
요구불예금과 대체로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점으로 보아 단기금융자산을
인출해서 선거를 치르는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게 만든다.

넷째 시장이자율은 80년대 이후 선거직전에는 다소 상승한후 선거하는
달부터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일관성은 없었다.

아마 선거에 대비해 통화공급이 다소 늘더라도 선거직전의 시장자금수요에는
못미치는 수준인데다 선거후 통화환수가 있더라도 자금회전속도조절등
때문에 총통화는 늘어나는 현상과 맥을 같이 하는것 같다.

어음부도율이 선거후 하락세를 보인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지만 본질적으로는 시장이자율과 어음부도율이 선거보다는 경기흐름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일 것이다.

다섯째 80년이후 선거가 있는 해의 주가는 상승했다.

선거일을 기준으로해서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대통령선거때의 주가가 반응하는 정도보다는 국회의원선거때의
주가가 반응하는 폭은 미약하고 그 지속기간은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자치제선거의 경우는 더욱 그럴 것이다.

또 업종별주가를 보면 건설업종이 다른 업종보다 선거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일반인들이 선거와 밀접하다고 생각하는 종이 음식료
도소매업의 주가는 선거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여섯째 경제성장률 물가 실업률 지가와 선거와의 직접적 관계는 증명하기
어렵다.

모두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 효과가 나타날텐데 그동안 발생하는
다른 쇼크가 새로운 영향을 미칠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선거때문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도 그처럼 시기조절을
해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다만 선거때문에 실물경제변화의 진폭은 커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번 지방자치선거도 과거 선거의 경우와 비슷한 범주에서 그 영향을
분석할수 있겠지만 우선 과거 선거보다 희망적인 측면으로서 비교적
공명선거가 이뤄졌고 선거자금 살포가 어려웠으며 성격상 정권쟁탈적
선거가 아니라서 유권자의 반응이 무디었다는 점을 지적할수 있다.

선거실시자체로 인한 영향은 과거 어느때보다도 작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선거후의 영향을 보면 걱정할게 더 많다.

과거보다 선거규모가 큰데다 경기가 아직 높은 상승국면인만큼 인력난
자금난 과소비 가동률등을 지나치게 자극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이번 선거를 시발로 몇차례 중요한 선거가 이어지므로 선거실시후
필요한 다소의 안정책조차도 실시할만한 정치적 여건마련이 쉽지않다.

더구나 이번 선거의 결과 정계개편과 정책기조전환의 가능성이 높다.

물가상승압력,국제수지적자,시장개방압박등 대응해야 할 정책과제는
많은데 이처럼 경제체질을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뒷감당하기 여려운
선심성 정책과 헛된 개발공약이 쏟아진 것은 한국경제뿐만 아니라
97년 대통령선거에의 대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는 정치의 계절이 시작되는만큼 오히려 경제논리의 강조,행정의
중립성보장,민간의 역할증대(특히 중앙정부의 조직축소)와 책임부여,
내실위주의 경제체질 강화정책이 지나치다 싶을만큼 집요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지방정부가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제대로 일을 할수있게 도와주겠다는
인식전환도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