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난 50년대 지방자치를 9년간 실시했다고 하지만 그때의 체험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한 탓에 이번의 자치단체장 선거는
처음 하는것과 같다고 하겠다.

따라서 많은 유권자의 흥미를 끌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지방선거로서는
투표율도 높을 것 같다.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로 크게 달라지는것은 자치단체장이 단기 재직하는
임명된 사람이 아니고 유권자에 의하여 선임되었을 뿐만 아니라 임기가 3년
보장된 여.야소속원이라고 하는 사실인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작년에 선거관계법령을 대담하게 선진화시킨후 처음
대대적인 선거를 실시함으로써 과거의 선거타락상에 비하면 크게 개선
되었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민족공동체를 형성한 것을 토대로 세계무대에 진출할 것이 강력히
요청되고 있는 마당에 대단히 유감인것은 지방별 분열상을 악용하는 면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거과정을 거쳐 새로 구성된 지방정부가 조속히 자기기능을
정상적으로, 또는 더 나아가 종래의 임명된 장보다 더 순기능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것이 기대되고 있다고 하겠다.

이를 환언하면 우리가 자치를 하는 것은 단순히 이념적으로 민주화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국정의 최고 목표라고 할수 있는 국이민복,
공익의 증진에 이바지하도록 하는데 있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이러한 의미에서 앞으로의 과제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로 나누어
몇가지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중앙정부의 경우 첫째 지방정부와의 관계를 상하권력관계로 보는 것을
시정하여 동반자 기술적 지도자및 지원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둘째 지역별 분열상이 선거기간동안 심화된 것을 조속히 다시 통합하는
노력을 선도적으로 하여야 할것 같다.

셋째 앞으로 점진적으로 진척되어가는 분권화, 결정주체의 다원화가 국정
이나 공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노력을 해야 할것이다.

이와 동시에 지방정부의 경우 첫째 새로 구성되는 지방정부는 선임되고
임기가 보장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속 정당을 달리하는 인사들로 구성
되었다는 점에서 걱정되는 것은 지나친 할거.당파.분열성을 노출함으로써
국정의 기능이 저하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중시해야 할것은 자치단체장이나 의원의 경우 어디
까지나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령하에서의 자치라고 하는 것을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둘째 선임되었으므로 공무의 처리에 있어 공익과 민익이 주가 되어야 하며
임명되었을 당시와 같은 "위만 쳐다보는" 행정은 지양되어야 할것이다.

민이나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게 되겠지만 이와같은 경우에도
국가전체 이익과의 관계를 우선시하는 생각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셋째 임기가 보장된 장점을 잘 활용해야 할것이다.

현재까지의 임명된 자치단체장의 경우 동일직위의 재직기간이 무책임하게
짧아 평균 1년내외여서 일의 계획과 집행이 졸속으로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잘못된 결정에 대한 책임추궁이 취약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구조적으로 이를 지양하게 되었으므로 지나치게 단기
인기위주의 일을 삼가주었으면 한다.

넷째 신임자의 경우 공직경험이 없어 일의 처리능력도 문제시될뿐만 아니라
밖에서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점이 적지 않게 발견될 것이 예상된다.

예시하면 공직의 복잡성, 전문성, 체제적인 관련성, 여러법령의 준수,
자율성의 취약성등으로 인한 실망도 크겠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뚫고 나가는
능력을 요청하고 있으므로 여러 관서 내외인사의 도움을 받아 슬기롭게
처리해 나가야 할것이다.

다섯째 선거시 수많은 공약을 했을것이 예상되므로 취임후 이들의 우선
순위와 소요되는 여러가지 자원의 동원가능성을 고려하여 집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무리한 공약을 지키기 위한 무리한 자원의 동원추진은 오히려 민익에 도움
이 되지 않을 것이다.

끝으로 각지방자치단체의 책임자는 계속해 지방정부간, 중앙정부와의 관계
및 단체장 의회와의 관계에 있어 갈등이 야기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러한 갈등의 해결을 쌍방이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해결할수 있는 협상능력을 키워 나가야 할것이다.

개별적인 경우도 있겠지만 집합적인 성격을 지닌 경우는 그들간의 협의회
구성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이상의 과제는 결국 자치화를 통해서 얻을수 있는 이점, 즉 참여신장과
분권화, 선임및 임기제등의 이점이 극대화될수 있게 중앙.지방정부는 물론
모든 국민이 합심했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