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도 봄은 오는가.

3년여를 끌어 온 북.미 핵협상에서 걸림돌이 돼온 경수로 노형문제가
해결됐다.

게다가 한국의 대북 쌀지원 협상도 모처럼만의 남북한 당국자간 직접
대화를 통해 타결됐다.

"쌀"을 지렛대로 한 일본의 대북관계개선도 빨라질게 분명하다.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에 먹구름이 걷히는가 싶은 생각이 들기에
충분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동북아정세를 흐리게 하는 조짐도 있다.

이등휘대만총통의 전격적인 미국방문으로 미.중간 관계가 냉각되고
있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남북한간의 직접적인 "갈등 조정자"역할을 해온 두나라의 협력체제에
이상이 생기면 한반도에 곧바로 그 여파가 미칠 수 밖에 없다.

동북아 역학구도는 과연 어떻게 재편되려는 것인가.

류화선한국경제신문 산업1부장이 때마침 방한한 일본의 동북아 정치평론가이
자 국제 정치경제학 분야의 석학인 시라토리 레이(백조령)도카이(동해)대
사회과학연구원장을 만나 "진단과 전망"을 들어봤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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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유화선 산업1부장 ]]]

-한국이 북한에 15만t의 쌀을 무상제공키로 한 것은 퍽 의미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남북한 당국자간 협상을 통해 일궈낸 일이라..

<>시라토리교수=그렇습니다.

북한당국이 어떤 계산아래 한국에 쌀 지원을 요청는지는 더 두고봐야
알 일이지만 그걸 계기로 그동안 중단돼 있던 남북한 당국자간 대화가
재개되지 않았습니까.

한국으로서는 대북관계 개선을 위한 물실호기를 맞았다고 봅니다. 그 기회
를 어떻게 살릴 것이냐는 전적으로 한국의 선택에 맡겨진 문제지만 말입니다.


-북한이 자존심을 꺾고 한국에 쌀원조를 요청한 걸 보면 그쪽 사정이
여간 다급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북경등에서 전해져오는 소식을 들으면 북한당국은 작년 7월 김일성이
사망하자 평양으로 몰려든 전국의 "조문객"들을 위해 비상용으로
비축해뒀던 군량미까지 모두 풀어먹였다는 거예요.

그래서 인민군에 의한 "불장난"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고,그걸
두려워해서 한국에까지 쌀을 보내달라고 했다는 겁니다.

<>시라토리교수=맞는 얘기일 겁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국의 대북 쌀지원은 북한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한국 스스로를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소련의 예가
그렇지 않습니까.

소련이 붕괴되기 직전 소련군은 극도의 식량난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때
구원자로 나선 것이 미국입니다.

미국은 소련군에 대규모 식량지원을 해줬습니다. 이는 미국으로서도 소련의
급격한 변화를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물론 그 이후 소련은 붕괴되고 말았지만..미.소의 예로 볼때 한국의
이번 대북 쌀지원은 매우 시의적절했다고 봅니다.

한국으로서는 북한의 개방을 계속 유도해야 하니까요.

에너지와 식량 일부를 한국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은 앞으로도 대한의존
체질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에 제공된 쌀은 쌀이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북한이 미국과의 핵협상에서는 끝내 경수로의 "한국형 명기"를
끝내 반대해가면서 그들의 입장을 관철시키지 않았습니까.

쌀 문제에서도 일본과 한국을 적절하게 "경쟁"시키면서 자국의 경제.외교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노회함을 보였고요.

이렇게 보면 북.미경수로협상과 북.일쌀외교는 한반도에서의 교차승인구도를
더욱 가속화시킬게 아니겠습니까.

<>시라토리교수=한국 입장에서는 대북경수로에 "한국형"이 명기안됐다는
점에서 아쉬워할수 있겠지요.

그러나 KEDO(한반도에너지 개발기구)라는 이름만 빌렸다뿐이지 북한은
사실상 한국형 경수로를 받아들인 셈 아닙니까.

쌀문제와 마찬가지로 남북한간에 새로운 연결 고리가 만들어졌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훨씬 더 많다고 봅니다.

한국형 경수로가 북한에 제공된다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엄청난
의미를 갖습니다.

우선 원자력발전소 유지와 우라늄공급등을 위해 한국기술자가 대거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지금까지처럼 한반도 관련 대외협상에서 한국을 계속
무시하거나 배제할 수는 없게 될 겁니다.

중국이 대만을 함부로 무시하지 못하는 것도 대만의 엄청난 대중투자
덕분아닙니까.

미국이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등휘대만총통을 초청한 것도 이런
중국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고요.


-그렇게 간단하게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도 있는 건 같은데요.

중국과 대만문제를 말씀하셨습니다만 대만의 이총통이 미국을 방문하는
바람에 미.중관계에는 꽤 오랫동안 찬바람이 불것같은 느낌입니다만.

<>시라토리교수=결론부터 말하면 중국과 미국간에 심각한 마찰은
빚어지지 않을 겁니다.

이미 수많은 미국기업이 중국에 투자를 해놓고 있습니다.

대만기업들도 마찬가지지요.

그래서 중국은 미국과 대만을 우습게 볼 수 없는 형편입니다.

미국이 이총통을 초청한 것도 서방국가들의 대중투자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커져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더이상 끊을래야 끊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앞으로 국가간에는 군사적 요소보다
경제적인 요소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겁니다.


-어쨌던 한반도를 둘러싼 극동정세에 있어서 중국은 주요 관찰대상입니다.

특히 등소평사후 중국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지요.

<>시라토리교수=등소평사후 중국이 불안해 질 것이라고들 하지만
북경은 그 대상이 아닐겁니다.

다만 티벳등 주변 소수민족이 거대한 영토로부터 독립해 떨어져나갈
가능성은 없지 않다고 봅니다.

그 과정에서 일부 내전이 발생할 수도 있겠지요.

일본은 바로 이 대목을 불안해하고 있지요.

중국의 일부지역만이라고 혼란에 빠지면 엄청난 규모의 난민이 발생할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일본은 지금 중국의 장래보다는 1백만명단위의 중국난민이
몰려올 가능성을 더 걱정하고 있습니다.

수백,수천척의 배를 타고 이들이 일본해역으로 몰려온다고 생각해
보십시오.통제자체가 불가능해질 겁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중국본토에서는 지금 벌써 그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까.

농촌에서 도시로의 탈출러시 말입니다.

<<< 계 속 ....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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