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갑자기 석유가 펑펑 쏟어져 쓰고 남아 수출까지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해도 기분 좋은 일이지만 경제현실은 썩 좋은 결과 만을 기대하기
어렵다.

에너지 부문의 천연자원을 집중적으로 수출할 경우 제조업부문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무역수지의 개선도 생각과는 달리 수월치않다.

이것이 이른바 화란병( Dutch disease )이다.

화란병은 본래 네덜란드의 천연가스 수출이 경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그 전형적인 예로는 영국의
북해유전의 개발과정을 꼽는다.

영국은 북해유전을 개발,70년대와 80년대에 걸쳐 집중적으로 원유를
생산했다.

얼핏 생각에는 원유의 증산 및 수출이 국민소득을 증대시키고 무역수지를
개선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가 못했다.

원유를 증산함으로써 처음에는 국민소득이 증대되었으나 이는 곧 화폐
수요의 증대로 이어졌고,화폐공급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이는 다시
국내금리에 대한 상승압력으로 작용했다.

국내금리의 상승은 외국의 자본을 끌어 들이게 되었고 영국 파운드의
가치는 상승곡선을 그렸다.

자국 통화가치의 상승,즉 환률의 하락은 제조업 부문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되었고 특히 수입대체산업에 대한 부정적영향은 원유
수출에 의한 무역수지에 개선효과를 삭감시키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영국의 국내총생산에서 북해의 원유와 천연가스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6년 1% 미만에서 82년 5% 수준까지 급상승한 반면,제조업의
비중은 28%선에서 24%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파운드의 환률은 77년 이후 급격히 하락했고 그 결과 영국의
국제경쟁력지수(85년=100)는 77년 125에서 81년80 이하로 떨어졌다.

이렇게 해서 영국은 70년대 말과 80년대 초에 걸쳐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었다.

물론 이같은 역설적 현상이 원유수출 그 자체에 원인이 있다고만
할수 는 없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화폐공급이 수요의 증대를 뒷받침해 주지 못했지
때문에 금리가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했으므로 겅직적인 통화관리 역시
이같은 결과에 한 몫을 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