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발행되는 격주간 경영전문잡지 "포천"은 지난 89년 "아시아에서
사업하기 위해서 반드시 알아야 할 기업인 25명" 가운데 한명으로 대만
컴퓨터업체인 에이서의 스탄 쉬 회장을 꼽았다.

당시에는 에이서의 연간매출이 9억달러에 머물던 때라 다소 파격적이었다.

매출 50억달러를 넘보는 지금엔 스탄 쉬 회장은 속된 말로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최고경영자" 가운데 한명으로 꼽힌다.

특히 컴퓨터업계에서는 스탄 쉬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가 됐다.

스탄 쉬 회장은 입만 열면 윗니가 모두 드러나기 때문에 매우 상냥해
보인다.

실제로 그는 어느 누구보다 권위에 얽매이지 않는다.

에이서 본사에 있는 그의 집무실은 우리나라로 치면 이사급의 방에 비길
만큼 소박하다.

그의 집무실에는 비서가 없다.

회장실 밖은 영업부 사무실이다.

그 방이 회장실이라는 것은 책상 옆에 세워둔 가족사진을 보고서야 믿을
수 있을 정도이다.

스탄 쉬 회장의 소박한 성격은 에이서의 회사 조직과 경영전략에도 반영
되어 있다.

에이서는 조직을 최대한 수평화.분권화해 놓고 있다.

시장의 빠른 변화에 대처, 신속한 결정을 내리려면 조직이 단순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에이서가 내세우는 강점 가운데 하나이다.

올해 51세인 스탄 쉬 회장은 엔지니어 출신의 최고경영자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그는 대만 챠오퉁대 전자공학과 출신이다.

그는 대학 졸업후 4년 가량 유니트론과 퀄리트론이라는 두 회사에서
일했다.

퀄리트론에서는 세계최초로 "펜시계"(시계가 부착된 필기구)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는 32세가 되던 76년 직접 사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마음이 통하는 네명의
친구와 공동으로 멀티테크 인터내셔널(88년에 에이서로 회사이름을 바꿈)
이라는 회사를 세웠다.

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한 그의 부인도 회사 창립멤버의 한 사람이며 한때
회사의 재무를 관장했다.

스탄 쉬 회장이 에이서를 세계적인 컴퓨터회사로 키울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좁은 내수시장에 안주해서는 안된다고 판단, 세계화를 적극 추진
했기 때문이다.

때마침 컴퓨터업계에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일본 업체들이 엔고에
시달리면서 선진국 컴퓨터업체들로부터 OEM 주문이 급증했으며 에이서는
저가격 대량생산을 통해 세계적인 컴퓨터 메이커로 부상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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