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역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엔고에도 불구하고 수출상품의
한일간 가격경쟁은 오히려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 우리 수출산업의
장래에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엔화의 가치가 오르면 당장 우리수출을 지탱해온 가격경쟁력이 보다
나은 형편에 서게 될 것이므로 수출이 얼마만큼 늘것이라는게 우리의
일반적인 예측이었다.

그러나 요즘엔 엔고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에까지 가격경쟁력이 뒤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예측이 얼마나 허술한 것이었나를 극명하게 보여주었을
뿐만아니라, 시기적으로도 우리의 엔고대책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 볼
필요성이 강하게 요구된다.

우리의 엔고 대책은 엔고라는 외부요인에 의지할뿐 여전히 과거의 양적인
수출드라이브정책과 가격경쟁력의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수출상품의 고급화를 말로는 외치면서도 비가격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산업디자인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수출이 물량면에서는 수입을 능가함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적자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데, 문제는 우리가 그 중요성을 익히 알고있는 수출
상품의 디자인 개선을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정책의지의 결여에 있다.

일본경제나 기업이 오늘날과 같이 최강의 국제경쟁력을 유지할수 있었던
것은 결국 까다로운 세계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탁월한 산업디자인으로
고부가가치의 세계 일류상품을 만든데 그 이유가 있다.

일본 소니의 워크맨이 연간 자동차 10만대 이상을 수출한것과 버금가는
돈을 벌어 일본 산업디자인의 힘을 과시했듯이 우리에게도 규모는 작아도
초경량항공기를 제작하는 동인산업, 낚싯대를 만드는 은성사, 텐트생산
업체인 진웅등이 독자적인 산업디자인으로 세계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를 알아야 한다.

따라서 수출상품의 비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 산업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지금과 같이 게을리 한다면 우리 수출의 장래는 결코
밝다고만 할수 없다.

산업디자인이 하나의 확실한 엔고대책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기성 <국회의원비서관>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0일자).